
조정 경기는 ‘어텐션(attention·준비)’이라는 구령 뒤에 ‘고(go·출발)’라고 외치면 경기가 시작된다. 정식 코스인 2킬로미터를 전력으로 노를 저어 가는 선수의 경우 한 번의 레이스로 1.5킬로그램 정도 체중이 줄어든다고 한다. 마라톤에 맞먹을 정도로 힘든 스포츠다. (본 코너 1402회 ‘왜 조정에서 ‘노(櫓)’라고 말할까‘ 참조)
조정 경기가 배를 뒤로 젖는 방식으로 된 것은 앞으로 젖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호인들은 앞으로 노를 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정 선수들은 효율성과 파워 면에서 뒤로 젖는 것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일찍이 인식했다. 수세기 동안 발전한 조정 경기 역사와 규칙도 뒤로 젓는 것이 표준이 됐던 것이다.
조정 경기가 뒤로 젖는 방식이 된 것은 더 강한 힘을 전달할 수 있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팔과 몸의 구조상 앞으로 미는 것보다 뒤로 젓는 게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조정 선수들은 다리, 등, 팔 근육을 순차적으로 사용해 강력한 스트로크(노 젓기)를 구사하는데, 이게 뒤로 젓는 동작일 때 가장 효율적이라는게 과학적인 진단이다. 또 노를 뒤로 젓는 구조에서는 물살의 저항을 느끼며 스트로크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페이스 조절이나 리듬 유지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정은 뒤로 젖는 방식 때문에 4인상 이상 보트에는 조타수(콕스)가 있어 전방을 보며 방향을 제어한다. 조타수가 없는 1인승, 2인승에는 선수 중 한 명이 발로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본 코너 1406회 ‘조정에서 왜 ‘키잡이’를 ‘콕스’라고 말할까‘ 참조)
조정의 발상지는 영국이다. 17세기 중반 템스강을 중심으로 육상교통 수단보다 편리한 보트가 널리 보급되면서 시작됐다. 1715년에는 최초의 조정경기인 프로페셔널스컬 경기가 열린 기록이 있고, 사립 명문 이튼칼리지는 처음으로 조정팀을 창단했다. 대학 스포츠 라이벌전으로 명성이 높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조정 레이스는 약 2만명 관중이 모인 가운데 1829년 처음 열렸다. 이후 프랑스·러시아·독일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서서히 전파됐다. (본 코너 1408회 ‘영국 조정 라이벌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경기를 ‘The Boat Race’라고 부르는 이유‘ 참조)
우리나라에 조정이 처음 들어온 것은 1916년이다. 당시 중앙고등보통학교(중앙고등학교)에서 보트를 구입해 조정부를 만들고, 한강에 배를 띄웠는데 경기 규칙도 제대로 모르던 때라 사람들의 구경거리 수준에 머물렀다. 정식 레이스는 1925년 처음 열렸다. 경성전기·철도국·체신국·경성제국대학(서울대)이 보트를 구입해 한강에서 대회를 열었다. 1968년 전국체전 이후 전국적으로 조정팀이 창단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