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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9] 바둑에서 왜 '끝내기'라고 말할까

2026-06-30 06:53

왕싱하오 9단이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에서 착수하고 모습. [한국기원]
왕싱하오 9단이 제31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에서 착수하고 모습. [한국기원]
"끝내기 한 방으로 승부가 갈렸다." "마지막 순간의 끝내기가 인상적이었다."

'끝내기'는 바둑 용어이기 이전에 '끝내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일반 명사이다. '어떤 일을 마무리하는 행위나 과정'을 뜻한다. 바둑을 둘 때, 끝판에 가서 끝마감으로 바둑점을 서로 놓는 일을 의미한다.

끝내기라는 말이 가장 널리 알려진 용례는 스포츠이다. 특히 야구의 '끝내기 안타', '끝내기 홈런'처럼 경기의 마지막 공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대중화됐다. 이는 바둑의 끝내기와 마찬가지로 승부를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마지막 행위라는 의미를 공유한다.

일본 바둑에서는 같은 개념을 '요세(寄せ)'라고 말한다. 요세는 '모으다, 바짝 다가가다'라는 뜻의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로, 경계를 좁혀 집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 일본어를 그대로 쓰기보다,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순우리말 끝내기를 정착시켰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 이후부터 이 말을 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30년 5월29일자 ‘홍루몽(紅樓夢) (육일(六一))’ 기사에서 ‘『본래이녁이 일으킨 시비니까 이녁이 이러케하지안흐면 어떠케끝이나겟소』하고 권하는바람에 못익여 김영이가 진종에게 읍을하니 보옥은 그도안된다고 꼭 절을하라고하매 가서는 아무조로 일을 끝내기위하야 은근히김영에게『얘야 속담에 잠시분한것을 참으면 평생에 걱정이업다고 한단다』이러케권하엿다’고 적었다.
당시 기사를 현대어로 옮기면 "어떻게든 일을 끝내기 위하여 은근히 김영에게..."이 된다. 여기서 끝내기는 '일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일을 종결하기 위하여'라는 뜻이다. 오늘날의 문제를 끝내기 위해‘, ’회의를 끝내기 위해‘와 같은 일반적인 용법이다. 끝내기 어원 관계를 정리하면 일상어 끝내기가 바둑 용어에서 승부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는 의미로 쓰였다. 바둑에서 일반어를 차용해 의미를 전문화한 것이다.
바둑에서 '끝내기'는 단순히 남은 자리를 메우는 과정이 아니다. 승부를 숫자로 완성하는 가장 정교한 기술이다. 초반이 설계라면, 중반은 전투이고, 끝내기는 결산이다. 한 집, 반 집의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프로 바둑에서는 끝내기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끝내기의 핵심은 '가치'를 읽는 능력이다. 어느 곳이 두 집짜리인지, 세 집짜리인지, 선수가 되는지 후수가 되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같은 한 수라도 언제 두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내기는 계산과 판단, 그리고 냉정함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바둑에는 "끝내기를 잘하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라는 말이 있다. 화려한 공격보다 묵묵히 집을 쌓아 승리를 완성하는 힘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바둑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도 통하는 이야기다. 시작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결과를 얻는다. 승부는 마지막 한 수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끝내기는 바둑의 끝이 아니라, 승리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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