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5] 바둑에서 ‘무리수(無理手)’라는 말을 쓰는 이유](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606230003111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바둑 ‘수’ 시리즈 마지막으로 이번에는 ‘무리수(無理手)’ 어원에 대해 알아보겠다. 이 말은 ‘이치가 없음’, ‘도리에 맞지 않음’이라는 의미인 ‘무리(無理)’와 바둑에서 ‘돌을 놓는 한 번의 착수’라는 의미인 ‘수(手)’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 수’, ‘억지로 두는 착점’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미 바둑 용어를 넘어 ‘도리에 맞지 않거나 억지로 내세운 의견이나 방법’이라는 뜻까지 함께 싣고 있다. 즉, 원래는 바둑판 위의 용어였지만 지금은 일상어로 완전히 정착한 셈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무리수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이는 조선시대부터 널리 쓰인 일반어가 아니라, 근대 이후 바둑계에서 정착한 전문용어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확인되는 초기 용례 가운데 하나는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의 동아일보 1956년 11월 1일 자 바둑 기보 기사인 '국수제일위전 본선 6국 총보'이다. 기사에는 "흑은 역전분투하였으나 대세를 만회할 수단은 없었으며 오히려 무리수(無理手)가 속출하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적어도 1950년대 중반에는 '무리수'가 바둑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였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무리수가 반드시 즉시 실패하는 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상대가 정확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둑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그 ‘수 자체는 정당성이 부족하다. 즉, 상대가 제대로 응수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는 손해가 되는 수인 것이다. 그래서 프로 기사들은 화려한 수보다도 ‘정수(定石)’와 ‘정수(正手)’, 즉 원리에 맞는 수를 더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바둑의 개념이 일상 언어로 확장되면서 무리수는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과도한 시도’ 또는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의미하게 되었다. 정치, 경제, 스포츠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누군가 갑작스럽게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건 무리수 아닌가?”라고 말한다.
결국 무리수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바둑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아 왔기 때문이다. 바둑판 위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한 수가 결국 패착으로 이어지듯, 현실에서도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결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지금도 무모한 선택을 경계할 때 바둑에서 빌려온 이 한마디를 사용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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