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7] 바둑에서 왜 '사활(死活)'이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806514206827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사활(死活)'의 어원은 한자에서 비롯됐다. 생명의 끝을 의미하는 ‘죽을 사(死)’와 살이 있음을 의미하는 ‘살 활(活)’이 합쳐진 말이다. 바둑에서는 이 말이 특정 돌이나 돌무리가 상대에게 잡혀 죽는지, 아니면 두 집 이상을 만들어 살아남는지를 가리키는 전문 용어로 자리 잡았다. 영어권에서도 이를 단순히 ‘life and death’라고 번역하는데, 의미가 거의 같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서 사활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조선에서 널리 쓰인 일반어가 아니었을 수 있고, 근대 이후 빈도가 높아진 한자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대 한국어의 ‘사활을 걸다’는 표현은 일제강점기와 근대 신문을 거치며 급격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에도 ‘死活(しかつ)’라는 말이 오래전부터 '생사, 존망'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였으며, 근대 한자어의 상호 교류 과정에서 한국어 사용이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0년 6월13일자 ‘경봉선남부(京奉線南部)에재류(在留)하는조선인(朝鮮人) 칠백명결사행동(七百名决死行動)’ 기사에서 ‘경봉선남부거주(京奉線南部居住)하난약칠천명(約七千名)의아동포(我同胞)는□반래(般來)□□로인(因)하야인심(人心)이포(泡)々한중봉천수리국(中奉天水利局)에셔당초동지방(當初同地方)을약구천일경(約九千日耕)에수(水)를충분(充分)히분배(分配)할약속하(約束下)에조선인(朝鮮人)에게매각(賣却)하얏슴에불구(不拘)하고약삼천일경(約三千日耕)에만수(水)를분배(分配)하얏슬뿐이오타(他)에난하등방법(何等方法)을□할□의(意)가무(無)함으로차(此)난사기적행위(詐欺的行爲)로아등(我等)의사활(死活)에관(關)한문제(問題)라하야수일회합협의(數日會合協議)한결과수(結果遂)히구일봉천성내(九日奉天城內)ㅍ의수리국(水利局)을습격(襲擊)하야소각(燒却)하기를결행(決行)코자약칠백명(約七百名)의결사대(決死隊)를조직(組織)하고지나복(支那服)으로변장(變裝)한후속(後續)々봉천(奉天)에향(向)하얏슴으로대소동(大騷動)□발(發)의□가유(有)하다난정보(情報)가유(有)하야일본관헌(日本官憲)이국제상문제(國際上問題)가될가하야차(此)를미연(未然)에방지(防止)코자□□경계중(警戒中)이더라(봉천전보(奉天電報))’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서 ‘아등(我等)의 사활(死活)에 관한 문제’ 등장하는데, 여기서 사활은 바둑과는 아무 관계 없이 ‘생존, 존망, 죽고 사는 문제’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적어도 1920년에는 사활이 일반 사회 기사에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로 쓰이고 있었다. 하지만 사활이라는 단어가 바둑에서 일반어로 퍼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존재하던 한자어가 바둑에서도 쓰인 것인지는 이 기사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바둑에서 사활은 말 그대로 돌의 죽고 사는 문제를 뜻한다. 하지만 사활은 단순히 한 무리의 돌이 살아남느냐, 잡히느냐를 가리는 기술이 아니다. 바둑의 본질을 가장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사활은 두 집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살아 있는 돌은 끝까지 판 위에 남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죽은 돌은 아무리 많아 보여도 결국 상대의 집이 된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공격보다 사활이 먼저"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려한 공격도 자신의 돌이 살아 있지 못하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다.
사활은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종종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앞으로만 나아가려 한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기반을 먼저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바둑에서도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보면 살아야 할 돌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반대로 한 걸음 물러서더라도 안정된 삶을 확보하면 이후의 승부는 훨씬 유리해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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