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8] 바둑에서 왜 '수싸움'이라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906560604199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여기서 ‘수’는 ‘셀 수(數)’가 아니라 ‘손 수(手)’를 말한다. 수는 바둑에서 돌을 한 번 놓는 행위, 즉 '한 수', '두 수'의 '수'를 뜻한다. 바둑에서는 '착수(着手)', '묘수(妙手)', '악수(惡手)', '응수(應手)' 등 다양한 용어의 기본이 되는 말이다. (본 코너 1821회 ‘왜 바둑에서 ‘묘수(妙手)’라고 말할까‘, 1823회 ’바둑에서 왜 ‘악수(惡手)’라고 할까‘ 참조)
‘손 수’자는 원래 어떤 일을 능숙하게 하거나 버릇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목수, 가수, 운전수 등이 직업 뒤에 ‘수’자가 붙어 있는 이유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이를 말하는 ‘백수(白手)’에도 ‘수’자가 들어 있다. 이는 원래 ‘백수건달(白手乾達)’에서 나온 말이다. ‘백수’는 하얀 손을 말하지만 아무런 능력이나 재주, 실력이 없는 사람을 붙여서 ‘백수건달’이라고 부른다. 바둑 용어에서 ‘손 수’를 많이 쓰는 것은 주로 손으로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수싸움’이라는 말도 바둑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자어 ‘손 수’와 순우리말 ‘싸움’의 합성어인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수를 겨루는 싸움", 즉 어느 쪽이 더 적은 수로 상대를 잡거나, 더 많은 수를 확보해 살아남는지를 다투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해 온 용어이며, 일본 바둑 용어인 '세메아이(攻め合い)'와 비슷한 개념을 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수를 다투는 싸움'이라는 의미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수싸움이라는 말은 1980년대 이후 등장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87년 11월12일자 ‘임선근(林宣根),또 실격패(敗)’ 기사는 ‘〇…임선근오(林宣根五)단이 중요한대국에서 또 실격패를 당했다.지난 일요일 방영된 KBS 바둑왕전 2차예선결승에서 조대현사(趙大賢四)단과 맞붙은 임오(林五)단은 한번 착점한 돌을물리는 바람에 실격패,본선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임오(林五)단은 이날 아주 유리한 바둑을 이끌어가다 종반피차 대마의 사활(死活)이걸린 수싸움에서 돌을 물린 것.임오(林五)단은 착점한 돌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정밀 비디오분석 결과,손가락이 약간 떨어진 것으로 판명됐다.<김홍(金鴻)기자>’라고 적었다. 당시 기사에서 자연스럽게 쓰인 사례는 수싸움이 한국 바둑계의 고유한 용어로 이미 정착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둑에서 수싸움은 말 그대로 돌이 몇 수를 더 버티고, 몇 수를 더 먼저 두느냐를 계산하는 능력이다. 바둑에서는 돌이 숨 쉴 공간인 '활로'를 모두 잃으면 상대에게 잡힌다. 따라서 내 돌은 살리고 상대 돌은 잡기 위해서는 한 수, 두 수 앞이 아니라 여러 수 앞까지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바둑은 감각이나 직관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승부는 냉정한 계산 위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리 좋은 자리에 돌을 놓았더라도 수싸움에서 한 수가 부족하면 그동안 쌓아 온 이득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반대로 불리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수읽기를 통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면 판세를 뒤집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싸움은 바둑판 밖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당장의 이익만 보고 결정했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경험한다. 반대로 한 걸음 더 내다보고 준비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한다. 수싸움은 미래를 예측하고 여러 가능성을 비교하며 가장 나은 선택을 찾는 사고방식과 닮아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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