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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62]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주역 북한의 박두익을 왜 ‘동양의 진주’라고 말할까

2025-10-02 07:28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회 주역으로 '동양의 진주'로 불린 북한 박두익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회 주역으로 '동양의 진주'로 불린 북한 박두익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을 8강으로 이끈 주역은 박두익이다. 그는 북한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특히 조별리그 이탈리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북한이 1-0으로 승리하면서 사상 최초로 아시아 팀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이 골은 작은 나라가 축구 강국을 무너뜨린 ‘기적의 상징’이 됐다. 박두익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침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강한 체력과 투지,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이 특징으로 꼽혔다.

당시 세계 언론은 “무명의 동양 팀이 서구의 축구 강국을 무너뜨렸다”고 크게 보도했고, 박두익을 ‘동양의 진주(The Pearl of the Orient)’라고 불렀다. 우리나라 언론도 이를 받아 그대로 보도했다. 그에 대한 찬사는 단순한 선수 개인의 칭호가 아니라, 당시 북한 축구 전체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했다.

‘동양의 진주’는 영어 ‘The Pearl of the Orient’를 번역한 말이다. 원래 영어 단어는 스페인어 ‘Ferla del Mar de Oriente’에서 유래했다. 스페인 식민지 개척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풍부한 진주 공급원이었던 필리핀을 두고 이런 표현을 썼다. 1751년 스페인에서 태평양과 서필리핀해 사이에 위치한 필리핀의 무역과 상업적 중요성을 깨닫고 처음 사용했다. 필리핀은 수천 년 동안 주변 국가들과 금, 옥, 도자기, 향신료, 비단 등을 교역하며 무역을 해왔다. ‘동양’이라는 용어 자체는 ‘떠오르는’ 태양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동아시아를 가리키는 고대 단어이다. ‘진주(眞珠)’는 아름다움, 가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한자어이다. 진주는 작지만 희귀해 동양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인식됐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의 북한 축구 대표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당시의 북한 축구 대표팀


북한은 ‘동양의 진주’로 불린 박두익을 국위선양과 체제 선전으로 활용했다. 월드컵 8강 신화를 김일성, 김정일의 “지도와 배려” 덕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선수 개개인을 ‘혁명적 체육인’, ‘조국의 보배’로 선전했다. 박두익은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골을 넣은 주인공이었기에 ‘동양의 진주’라는 칭호를 얻고, 이후 공화국 영웅 칭호 및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았다.
박두익은 1936년 12월17일 평양 시 중구역 경상 동에서 6남매 가운데 4번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노동자 였고,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1948년 평양 제2 중학교에 입학했다. 1957년부터 전문 체육 단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시작했고, 1958년 7월 조선체육대학 특설학과를 졸업했다. 그 때부터 평양 시 체육 단에서 활약하다가 1959년 북한 축구대표 팀에 합류했다.
박두익은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로 활동했으나, 북한 체육계의 특성상 해외 무대에서 더 활약할 기회는 제한됐다. 박두익은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이회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경기를 가진 적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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