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북한 광명성절경축 백두산상체육경기대회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경기대회 기간 평양시와 삼지연시, 평성시, 사리원시 등에서 축구, 농구, 배구, 빙상호케이(아이스하키)를 비롯한 여러 종목의 경기들이 벌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28075237085565e8e9410871751248331.jpg&nmt=19)
북한은 ‘민족의 뿌리’인 백두산을 이용해 민족정통성을 자신들의 국가 서사와 연결시키며, 남북을 아우르는 상징성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 공식 역사에서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 투쟁을 벌이던 근거지를 백두산 일대로 설정한다. 1930년대 김일성이 이끄는 항일유격대가 백두밀영을 중심으로 일본군과 싸웠다는 서사를 통해, “백두의 혁명정신”이 김일성 혁명의 출발점으로 선전한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호외로 1937년 6월4일 함경남도 보천군에서 발생한 보천보 전투를 보도했다. 이 전투는, 북한 공식 기록과 달리 동북항일연군 소속의 다른 김일성이 주도했으며, 전투의 성격도 항일무장투쟁이라기보다 국경지대의 약탈 행위에 가까웠다는 점이 재판문과 중국 공산당 보고서 등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북한은 각종 혁명 사적지를 백두산 일대(백두밀영, 보천보 등)에 조성하고 청소년·군인들의 ‘답사행군’을 지속적으로 조직한다. 김정일 출생지를 공식적으로 백두산 밀영으로 선전하며, 김정일을 ‘백두의 혈통’으로 신격화했으며, 김정은 역시 ‘백두혈통’의 정통 후계자로 부각되어, 권력 세습을 합리화하는 핵심 담론으로 활용한다.
‘백두산상(白頭山賞) 체육경기대회’는 북한이 김정일의 혁명 전통과 항일투쟁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백두산을 기념해 열리는 전국 규모의 종합체육대회이다. 이 대회는 만경대상(김일성), 2·16상(김정일), 광명성상 등과 함께 북한이 지도자 가계를 상징하는 명승·기념일을 대회명에 붙여 정치적 의미를 강화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본 코너 1557회 ‘북한에서 왜 ‘만경대상 전국체육대회’라고 말할까‘ 참조)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는 ‘백두산상(白頭山賞)’과 ‘체육경기대회’가 합해진 말이다. 백두산상은 북한 항일 혁명 성지인 백두산을 기념해 주는 상이라는 뜻이다. 북한은 외래어인 트로피, 컵 대신 한자어로 ‘상(賞)’이라고 해 주체적 표현을 고수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는 1960년대 후반 김정일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후계자로 부상하던 시기,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에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라는 공식 명칭이 등장한다. 대회는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조국을 빛내자”라는 구호 아래 열린다. 축구, 농구, 배구, 역도, 탁구, 레슬링 등 10~20개 종목 이상이 벌어지며 ,군 체육단(4.25체육단 등), 도(道)·직장·대학 체육단이 참가한다.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 광명성절) 전후 또는 봄철에 개최 시기가 연동되기도 한다. 대회 보도에서 “장군님의 혁명적 체육노선 구현”, “백두의 칼바람을 안고 뛰는 선수들” 같은 선전 문구가 사용된다. 2000년대 이후 김정은 시대에도 계속 개최하고 있는데, 다만 경기 규모·종목은 경제 상황에 따라 축소·확대를 반복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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