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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561] 남북 단일팀은 왜 ‘1920년대 아리랑’을 단가로 정했을까

2025-10-01 07:18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단가로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단가로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
1991년 남북한이 탁구, 축구 두 종목에서 남북단일팀(북한은 유일팀이라 부름)을 구성할 때, 전체를 대표하는 단가(團歌)로 ‘1920년대 아리랑’을 선택했다. 이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북선수단 공동 입장,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할 때도 아리랑을 함께 불렀다. (본 코너 1560회 '북한은 왜 ‘유일팀’이라 말할까' 참조)

남북한은 해방이후 분단이 되면서 남한 애국가, 북한 애국가를 각각 달리 정해 각각 체제의 정통성과 이념을 상징하도록 했다. 따라서 단일팀에서 한쪽의 국가를 택할 수 없고,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비정치적이고 민족적인 노래가 필요했다. ‘아리랑’은 남북 어디서나 부르는 대표적인 민요라, 민족 전체의 노래로 인정받았던 것이다.

아리랑의 어원은 확실히 규명된 바는 없지만, 여러 학설이 전해진다. 먼저 언어학적 어원설이다. 아리’는 ‘크다, 깊다, 아름답다’라는 옛말에서 비롯했고, ‘랑’은 한자어 ‘벗, 님’을 뜻하는 한자어 ‘랑(娘, 郞)을 음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랑’은 ‘사랑하는 님’ 또는 ‘큰 님’이라는 뜻이다.

다음은 지명 유래설이다.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 전설에 따르면, 정선 아우라지에서 뱃사공 처녀가 사랑하는 이를 잃고 부른 노래가 아리랑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아우라지’가 ‘아리랑’으로 변형되었다는 해석이다. 한양 도성 밖 나들이길에 있던 아현동 고개 이름이 ‘아리랑 고개’였다는 설도 있다.

일부 학자는 ‘아리랑’이 중국어 ‘애낭(愛娘, 사랑하는 아가씨)’ 혹은 만주어·몽골어 기원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고유의 언어적 뿌리와 정서와 더 잘 맞아 현재는 순수 한국어 기원설이 더 힘을 얻는다.

1920년대 아리랑은 일제강점기 저항의 상징이었다. 단순한 민요를 넘어, 항일 독립운동과 민족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전국적 히트를 치면서, 아리랑은 민족의 슬픔·저항·희망을 담은 노래로 인기가 높았다. 남북한이 단일팀의 단가로 이 시기의 ‘아리랑’을 택한 것은, 해외 무대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평화 통일 의지’를 보여주려는 선택이었다.

외국인들에게 ‘아리랑’은 한국인의 대표 노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경기장 등 국제 스포츠 현장에서는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한국의 노래’라는 메시지가 강력한 상징성을 발휘했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 단일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단일팀에서 ‘아리랑’이 연주될 때, 세계 언론은 이를 “코리아의 또 하나의 국가”라며 주목했다.

남북한 모두에게 체제·정권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적 색채가 옅고, 동시에 민족 정체성을 상징할 수 있는 ‘아리랑’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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