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올림픽위원회대표단과 선수단이 제33차 올림픽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떠나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926092059030445e8e9410871751248331.jpg&nmt=19)
북한에선 ‘올림픽’을 ‘올림픽경기대회’라고 부른다. 영어 ‘Olympic’과 한자어 ‘경기대회(競技大會)’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나 올림픽게임이라고 하는 것과는 다르게 말한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의 제전(올림피아 제전)에서 유래한, 역사·지명에서 비롯된 고유한 이름이다. ‘경기대회’는 일본식 한자어 ‘경기(競技)’와 ‘대회(大會)’ 합성어이다. 경기라는 말은 ‘다툴 경(競)’과 ‘재주 기(技)’의 합성어이다. 기술의 낫고 못함을 서로 겨룬다는 뜻이다. 운동이나 무예 등의 기술· 능력을 겨루어 승부를 가리는 일이다. ‘큰 대(大)’와 ‘모을 회(會)’가 결합한 대회의 사전적 뜻은 많은 사람의 모임이나 전체적인 모임 또는 대규모 법회 등이다. 규모의 크기를 강조할 때 접미사로 쓴다. (본 코너 666회 ‘육상경기에서 ‘경기(競技)’라는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667회 ‘왜 ‘대회(大會)’라는 말을 쓰는 것일까‘ 참조)
북한은 1957년 대한올림픽위원회(NOC)와 별도로 조선올림픽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입한 이후, 공식 규정을 따라 ‘올림픽’이라는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올림픽 뒤에 경기대회라는 말을 붙여 쓴다. 이는 ‘올림픽’이리는 단어가 외래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뒤에 한자어로 ‘경기대회’를 채택한 것이다.
북한은 스포츠·문화 분야에서 영어 등 외래어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순우리말 또는 한자어로 대체하는 정책을 오래동안 유지해왔다. 올림픽을 올림픽경기대회, 월드컵을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아시안컵을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으로 바꿔 부른다.
북한의 이런 표현은 사회주의권 전통 용어를 계승한 역사적 측면이 있다. 냉전 시기 사회주의권(구 소련·중국·동구권 등)에서는 FIFA World Cup을 ‘세계선수권(Чемпионат мира)’이라고 불렀다. 북한은 1950~60년대부터 소련·동구 스포츠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이러한 명칭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는 국제 스포츠를 ‘평등한 기술 경쟁의 장’으로 강조하고, 서방 상표·브랜드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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