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SM 직원이 '기분이 이상하다'며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올렸다.
작성자는 '코로나가 끝나고 콘서트 등이 많아지며 우리가 근본의 SM인데 잘해보자는 마인드로 일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열심히해서 아티스트들을 1등 만들어도 실적 좋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되는거 아니냐'며 SM의 전통과 역사가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다른 SM 직원들도 동의하며 'SM 자부심이 무너지는 느낌', '선생님도 그렇겠지만 나도 회사에 청춘 바쳤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힘들어도 버텼던 동력을 잃은 느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 엔터계의 4대 기업 중 하나이자, 1세대 엔터기업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하이브에게 인수된다면 이들의 말대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는 상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에게 주식을 넘긴 이수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SM 직원들은 "최악의 오너다", "이수만이 임직원의 자부심을 하이브에 팔았다", "SM 직원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 SM" 등 하소연을 쏟아냈다.

200명이 넘는 직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SM 직원 85%가 현 경영진인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이사와 카카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하이브를 지지하는 직원은 15%에 불과했다.
SM 직원 A씨는 "하이브에 인수당하면 레이블 중 하나지만, 카카오에 인수당하면 그래도 업계 2위 자리를 지키며 SM 3.0으로 뭔가 할 수 있는 생각이 든다"며 "레이블로 전락할 것이냐, 레이블을 거느릴 것이냐의 차이다"라는 글로 하이브의 인수를 반대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SM에 자부심을 갖고 들어왔는데, 현실은 씁쓸하다. SM그룹 자체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애사심 넘치는 바람을 드러냈다.
SM의 내분으로 아티스트들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SM소속 아티스트 그룹 샤이니의 멤버 키는 지난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행한 '킬러' 카운트다운 라이브에서 "(앙코르 콘서트를) 열면 좋겠다. 이걸 어디에 이야기해야 열어주는 거냐. 나도 누구보다 하고 싶은 사람이긴 한데, 모르겠다. 회사가 뒤숭숭해서 지금"이라며 SM엔터테인먼트의 현재 상황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하이브가 SM의 경영 후보로 SM 출신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내세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는 3월 말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SM 현 경영진 측과 하이브 측 간 대표 등 새 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하이브는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믿을만한' 후보인 방시혁 의장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민희진 대표는 SM에 평사원인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해 이사까지 오른 SM의 전설적 인물이다.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레드벨벳의 세계관을 만들었다. 그가 제작한 앨범은 '명반'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익숙한 사람이다.
하이브에 입사해 '어도어'를 차리고 그룹 뉴진스를 론칭함으로서 대중들에게 제작 능력은 이미 인정 받았다. 과연 민희진이 다시 SM의 주축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앞서 SM은 새로운 전략 'SM 3.0'과 이수만의 퇴진을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이수만은 하이브에게 컨택했고 하이브는 지난 2월 10일 이수만 대주주 겸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 원에 인수하다고 밝혔다. 4대 엔터 중 하나인 SM의 내분으로 하이브가 이득을 취하게 되는 현 상황에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정민정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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