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그들이 세계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 방법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사람들은 콘서트에 참석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게임을 하고,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사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더 연결되고 포괄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허물며 우리가 살고 일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사례에 대해서한번알아보자.
◇ 메타버스 세계관과 K팝의 만남, 에스파

메타버스 세계관이 K팝과 만나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그룹 에스파다. 이들은 셀러브리티와 아바타가 중심이 되는 미래 세상을 투영하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초월한 ‘메타버스 그룹’을 표방하며 데뷔했다. 기존의 멤버 4명에 더해 가상공간 속에 존재하는 제2의 자아인 멤버 4명이 더해진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혁신적이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콘텐츠는 에스파와 그들의 음악을 표현하는 필수 요소가 됐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 버추얼 그룹

에스파가 실존 멤버와 가상 세계의 아이(ae)로 명명된 아바타가 공존하는 콘셉트라면, 이제는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버추얼 그룹이 만들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가상 세계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로지, 한유아 등 각종 버추얼 휴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초기 버추얼 휴먼들의 활동 영역은 광고 모델 등에 머물렀지만, 최근 들어 K팝 시장까지 본격적인 진출을 알리며 주목받고 있다.
최근 TV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버추얼 아이돌이 있다. 넷마블에프앤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만든 종합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4인조 걸그룹 메이브다. 지난달 25일 첫 번째 싱글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로 데뷔한 이들은 모두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들이다.
메이브는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지만, TV에도 등장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타이틀곡 '판도라'로 무대를 펼쳤다. 당시 무대를 연출한 노시용 MBC PD는 "메타버스형 콘텐츠들이 방송 영역까지 조금씩 확장되면서 VR콘텐츠 제작, 버츄얼 휴먼 출연 등 음악 방송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메이브를 출연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타이틀곡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공개 13일 만에 1000만뷰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쇼! 음악중심' 무대는 1월 한 달간 진행된 해당 프로그램 모든 무대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메이브, 나비스가 목소리부터 움직임까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100% 가상 인간이라며, 이와는 결이 다른 또 다른 형식의 버추얼 아이돌도 있다. 실제 인물의 움직임에 아바타를 덧씌운 버추얼 아이돌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이는 웹 예능 '소녀 리버스'가 그 예다.

이 웹 예능은 K팝 걸그룹 멤버들이 정체를 숨기고 가상 세계에서 최종 데뷔 5인에 뽑히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담는다. 유튜브 뿐 아니라 일본 아베마, 미주 코코와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해서도 공개되고 있는 '소녀 리버스'는 미국, 일본 등에서 꾸준히 K-콘텐츠 중 톱10 순위권을 유지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MBC 사내 벤처에서 시작해 독립한 기업 블래스트에서 만든 보이그룹 플레이브도 소녀 리버스와 같은 형태의 버추얼 아이돌이다. 5명의 멤버로 구성된 플레이브는 올해 중 정식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다.데뷔에 앞서 지난해 10월 홍대 앞 거리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버스킹을 펼친 바 있다. 또 유튜브를 통해 커버 영상을 올리거나 매주 공지한 스케줄에 따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영상을 공개한 블래이브의 유튜브 채널은 현재 구독자 1만8600명에 육박한다.
버추얼 아이돌은 일부 마니아층에선 팬덤을 형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적인 반향을 얻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버추얼 아이돌 시도가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의 성장 전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00억달러(약 14조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는 연평균 36.4% 성장해 2030년 5275억8000만달러(약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에게 당장 뚜렷한 성과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나날이 성장하는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을 위해 이 같은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 메타버스 앱 ‘본디’

최근 등장한 ‘신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본디가 엠제트(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본디의 특징은 아바타를 꾸며 실제 지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손쉽게 자신만의 캐릭터와 방을 꾸미고, 기분과 상태를 친구들에게 알리는 즐거움에 매료될 수 있다. 친구는 최대 50명까지만 추가할 수 있어 보다 가까운 관계와 편하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적당한 폐쇄성과 개방성을 갖춰 기존 메타버스나 에스엔에스가 주지 못한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본디는 13일 기준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앱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만1489명, 이달 4일 기준 일간활성이용자(DAU)는 4만6716명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 후 불과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한 40대 이용자는 본디를 ‘3차원(3D) 싸이월드’로 요약했다. 이용자가 원하는대로 아바타와방을 꾸미고, ‘친구’가 된 다른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이 이 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처럼 방의 배경음악을 설정할 수도 있고, 친구의 방에 들려 방명록을 남길 수도 있다. 다만 본디는 ‘액자’ 기능을 더하며 고유의 색을 더했다. 이용자가 사진첩에 보유하고 있는 사진을 직접 방에 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명록을 남기는 방식도 싸이월드와 조금 다르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페이지)이 아닌, 방 위에 ‘메모’를 붙이면 된다.
메타버스 전문가 김상균 경희대 교수(경영대학원)는 “본디는 ‘아바타로 살아가는 공간’과 ‘삶을 기록해 공유’(라이프로깅)하는 메타버스적 특성이 결합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소통 방식”이라며 “친한 친구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사회적인 친구층이 형성되어 있는 20·30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고 분했다.
◇ 엔터테인먼트 미래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메타버스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점점 더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 기업, 정부, 단체들은 몰입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메타버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고,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더 연결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육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정민정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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