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경례는 한자어이다. ‘공경 경(敬)’과 ‘예도 례(禮)’자를 합성한 경례는 상대에게 경의를 나타낸다는 뜻이다. 경례는 나라에 따라 형식이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을 공경하는 뜻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배례(拜禮)와 손바닥을 곧게 펴서 관자놀이에 붙이는 거수경례가 있는데 배례의 경우 선 채로 하는 배례와 무릎과 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숙이는 대례(戴禮)가 있다.
군대에서 하는 거수경례(擧手敬禮), 일반 사회에서 하는 악수나 인사 등의 행위도 상대에게 공경을 표시하는 경례에 포함된다. 거수경례는 군인들이나 경찰관, 소방관 등에게 익숙한 경례방법이다. 거수경례는 중세 유럽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황족들 앞에서 안면의 갑옷인 투구를 올리는 동작을 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하는 행위로 실시했다고 한다. 얼굴이 잘 보이도록 투구를 올리는 동작으로부터 거수경례가 탄생했다는 말이다. 또 상대방에게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일본에서 거수경례는 메이지 초인 1870년대 이후 서양을 모범으로 한 군대인 일본군을 건군할 때 도입됐다. 일본에서 탄생한 유도와 가라테 등은 일본군에서 시행했던 경례법을 모방해 국기(國技)에 대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방법으로 시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코너 558회 ‘왜 태권도를 ‘국기(國技)’라고 말할까‘ 참조)
태권도에서 경례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초창기 시절 군대에서 태동할 때부터였다. 최홍희 장군을 비롯한 군 태권도 인사들은 일본 무도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영향을 받아 경례라는 말을 태권도 인사법으로 사용하게 됐던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일본 군국주의의 산물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 표시와 함께 일본군에서 사용하던 경례를 도입한 것이다. 태권도에서 경례를 하는 것은 애국심을 고취하고 국가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태권도가 해외로 진출하면서 태극기와 함께 해당 국가의 국기를 놓고 경례를 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됐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이들에게 경례는 인사법으로 주로 운영됐다. 한국어로 ‘차렷, 경례’를 하면 태권도를 수련하기 전 사범과 수련생들이 서로 하는 인사법으로 인식됐다. 경례는 영어로 ‘kyung nae’라고 한국어대로 발음을 하며 영어 표현으로는 ‘bow’라고 말한다.
국내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도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의 산물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마치 관례처럼 형식적으로 태권도 수련 전이나 승급심사를 하기 전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왔지만 태권도의 본질적인 가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공식적인 국가 행사를 하는 곳도 아닌 일반 태권도 도장에서 굳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의무적으로 할 필요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태권도 사범들이 태권도에 대한 역사와 정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수련과 단련의 방법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인식시킨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원조 한류인 태권도에서 경례는 한국 문화를 세계 각국의 태권도 수련자에게 알리는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각국 태권도 도장에서 ‘경례’라는 말이 공통적인 인사법으로 통하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느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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