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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마라톤, 한번 포기하면 다음에 또 포기할 수 있다

2023-03-27 09:59

마라톤 국가대표 시절,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할 때의 김원식 모습. [김원식 제공]
마라톤 국가대표 시절, 서울 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할 때의 김원식 모습. [김원식 제공]
마라톤 선수들은 다양한 경우를 대비한 훈련을 한다.

특히 대회가 열리기 직전에는 코스를 답사하며 당일의 날씨와 컨디션에 맞추어 철저하게 준비한다.

마라톤은 보기에 단순해 보인다. 그저 열심히, 끈기 있게 달리면 된다고 보기 십상이다. 유니폼과 운동화만 있으면 되는 경기가 마라톤이기는 하다. 심지어 올림픽 마라톤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는 맨발로 경기에 임해 전설로 남아있다.

마라톤은 달려야 하는 거리가 42.195km로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대회마다, 장소마다 조건이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30도가 넘는 고온부터 영하의 날씨, 평탄한 길부터 가파른 언덕길까지 개최하는 지역마다 코스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고 긴, 경험이 많은 마라토너라도 그날의 코스와 날씨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좋은 기록과 결과를 얻기 어렵다. 마라톤은 결단코 순수하게 임할 경기가 아닌 것이다.

두 시간 넘게 쉼 없이 달리는 레이스 중에는 예기치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 무리하지 말고 포기해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하지만 꿈의 무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인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경우는 개인 자격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자격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기가 어렵다.

지난 기고에서 케냐에서 2018년 한국으로 어렵게 귀화한 마라토너 오주한(35・청양군청) 선수가 기대를 모았던 2020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했지만 출발 후 14km 지점에서 레이스를 포기해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기를 바라며 ‘오주한 선수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2022년 7월에 미국 유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또 두 번째로 레이스를 멈췄다.

지난 3월 19일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대회가 광화문 광장을 출발해 잠실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골인하는 42.195km 코스에서 3만여 명이 봄을 만끽하며 서울의 도심을 달리며 열렸다. 긴 겨울 혹독한 추위와 코로나를 이겨내며 동계훈련을 마치고 올해 첫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대회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중요한 레이스 중에 또 14km 지점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세 번째 포기하고 말았다.

물론 본인은 귀화하여 한국 국적을 갖고 이름까지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오주한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자신을 지도하고 아끼던 오창석 감독이 어떻게든 침체된 한국 마라톤을 살려보려고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 마라톤을 주름잡는 케냐 서부의 작은 마을 고지대인 캅타갓까지 가서 스카우트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풍토병을 얻어 2021년 5월 세상을 떠나 모두를 슬프게 했다.

오주한 선수는 여러모로 지도자를 잃은 슬픔과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는데도 이번 대회 포기는 실망스러움이 앞선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포기가 잦으면 다음에 또 포기할 구실이 생기는 것이다.

마라톤은 참고 또 참아서 인내의 한계를 수십 차례 넘나들며 자신과 싸우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열린 '2023 퍼블릭스 애틀랜타 마라톤' 5㎞ 부문에 출전, 59분 6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화제의 주인공이 된 베티 린드버그(98세)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그렇게 달릴 수 있는 힘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모든 건 정신력’이라고 했다.

조금은 희망이 걸려있는 4월 2일 2023 대구국제마라톤과 이어서 9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에서 빨리 건강을 회복해 더욱 강한 정신력으로 다시 한번 도전해 주길 기대해 본다.[김원식 마라톤 해설· 전남 함평중 교사]

김원식 마라톤해설가
김원식 마라톤해설가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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