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화)

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4] 바둑에서 왜 ‘하수(下手)’라고 말할까

2026-08-04 06:30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64] 바둑에서 왜 ‘하수(下手)’라고 말할까
‘하수(下手)’는 바둑이나 장기 등에서 수가 아래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하수를 상대로 바둑을 두다”라고 표현할 때 쓴다. 반대말은 ‘상수(上手)’이다. 한자로 ‘아래 하(下)’, ‘손 수(手)’자가 합해진 말이다. 특히 '수(手)'는 손이면서 동시에 바둑의 한 수를 뜻한다. 하수는 단순히 손이 아래라는 의미가 아니라 두는 수가 낮은 사람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본 코너 1833회 ‘왜 바둑에서는 '한 수 배우다'라고 말할까’ 참조)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하수라는 말은 국역 12회, 원문 524회나 나온다. 조선시대에서 하수는 실력이 낮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의례나 공문서에서 손의 위치나 동작을 설명하는 표현이거나 의학, 침구술, 무예, 예법 등에서 "왼손을 아래에 두고 오른손을 위에 둔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경우가 많다.

하수라는 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개화기 이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어에서 같은 한자인 ‘하수(下手, へた)’, ‘상수(上手, じょうず)’를 사용한다. 동아시아의 바둑 문화와 함께 이런 표현이 오랫동안 공유되어 왔다. 한국에서도 바둑 용어였던 일반 어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보면 1935년 3월 23일자 조선일보 ‘팔면봉’에는 "이따위 하수(下手)(헤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괄호 속 '헤다'는 일본어 ‘헤타’의 독음이다. 이는 일제강점기 언론에서 '하수'가 일본어의 의미와 용법을 받아들여 현대적인 '서툰 사람, 서툰 솜씨'라는 뜻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바둑에서 초보자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한 집을 더 먹으려다 큰 대마를 잃고, 한 수의 욕심 때문에 판 전체를 그르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실수는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오히려 위험한 것은 실수보다 고집이다. 패배의 원인을 운이나 상대의 행운에서 찾고,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지 않는 순간 성장은 멈춘다. (본 코너 1835회 ‘바둑에서 왜 '대마불사(大馬不死)'라고 말할까’ 참조)

바둑에는 "진 곳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복기를 통해 왜 졌는지 살피고, 상대의 좋은 수를 인정하며, 다음 대국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실력을 키운다. 결국 하수에서 벗어나는 길은 더 많은 승리가 아니라 더 많은 성찰에 있다. (본 코너 1826회 ‘왜 바둑에서는 '복기(復棋)'라고 말할까’ 참조)

흥미로운 점은 고수가 될수록 자신을 더 낮춘다는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기사일수록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반면 조금 실력이 늘었다고 자만하는 사람은 쉽게 남을 하수라고 부른다.

바둑판 밖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는 남의 의견을 끝까지 듣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회에서는 틀렸음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경험은 많지만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서나 하수에 머문다. 반대로 초보라도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 사람은 이미 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