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 기록은 2012년 롯데 자이언츠와 2025년 삼성 라이온즈의 45경기였다. LG는 이걸 2경기 앞당겼다. 뉴스 자막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벌써?"라는 말이 나왔다. 시즌 절반도 안 지난 시점에 나온 신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이 속도를 이해하려면 '왜 매진은 또 다른 매진을 부르는가'라는 질문부터 풀어야 한다. 답은 옥시토신, 이른바 '유대의 접착제'다. 꽉 찬 관중석에서 낯선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며 같은 순간 소리를 지르면 이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순간 뇌는 이 자리, 이 팀을 '내 사람들'의 영역으로 등록해버린다.
문제는 이 접착제가 직접 가야만 작동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매진"이라는 세 글자를 뉴스로 보는 것만으로도 "다들 저기 모여 있는데 나만 없다"는 신호가 켜진다. 여기에 판단의 사령탑인 전전두엽이 계산을 더한다. "저렇게 몰려가면 나도 가야 하지 않을까."
심리학은 이를 사회적 증거라 부른다. 유대감이 마음을 붙잡고, 무리의 신호가 발걸음을 옮긴다. 이 둘이 겹치면 관중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불어난다.
숫자가 이걸 증명한다. LG는 올 시즌 벌써 서른다섯 번째 매진, 경기당 평균 관중 2만3,443명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154만2,458명을 동원해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는 그 페이스를 이미 웃돈다.
그런데 이 열기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게 진짜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번 주말인 7월 11일,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KBO 올스타전이 열린다. 구장 재건축 계획으로 인해 지금의 야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팬투표에서는 두산 양의지가 260만5,510표를 얻어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새로 썼다.
브레이크는 7월 10일부터 15일까지 엿새, 후반기는 7월 16일 곧바로 4연전으로 재개된다.
여기서 뇌가 한 번 더 반응한다. 짧은 휴식은 흥분을 꺼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음 몰입을 준비시킨다.

브레이크 동안 쌓인 궁금증,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후반기에도 이 순위를 지킬까"라는 질문이 다시 뇌를 관중석으로 끌어당긴다. 현재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를 비롯해 각 팀의 후반기 첫 주말은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매진 경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0만 관중이 숫자로 끝나지 않고, 올스타전과 순위 경쟁이라는 새로운 불씨를 만나 더 커질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흐름을 가리키는 사자성어가 파죽지세(破竹之勢)다. 진나라 장수 두예가 오나라를 정벌하며 남긴 말에서 왔다. 대나무는 처음 몇 마디만 힘주어 쪼개면, 나머지는 저절로 갈라진다.
100만이라는 첫 마디가 역대 최단 기록으로 쪼개진 지금, 올스타전과 후반기 순위 경쟁이라는 다음 마디도 이미 같은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당장 이번 주중 3연전과 주말 잠실 올스터전 이후 재개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어느 구장에서든 또 매진 알림을 보게 된다면, 그 뒤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신뢰 호르몬 하나를 떠올려봐도 좋겠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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