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WBC는 한국 야구가 처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무대였다. 한때 아시아 야구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일본은 이제 가시권 밖으로 멀어졌다. 정교한 투구 시스템과 메이저리그급 전력을 갖춘 일본에 한국은 더 이상 대등한 라이벌이 아니다.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매 대회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래'라고 여겼던 대만과 호주에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는 점이다. 대만은 강력한 구위를 앞세운 해외파 투수들을 육성하며 한국 타선을 압도했고, 호주는 탄탄한 기본기와 피지컬로 무장했다. 반면 한국은 류현진, 김광현 이후 국제 경쟁력을 갖춘 확실한 에이스를 키워내지 못했고, 국내 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에 안주하다 국제용 투수 고갈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보여주기식 화려한 세리머니나 궁리하고 있는 형편이다.
팬들은 묻고 있다. 1,000만 관객 시대를 열었다는 KBO 리그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서 한국 야구의 질적 수준은 왜 퇴보했는가. 감독이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요행을 바라는 모습은 더 이상 투혼이 아니라 실력 부족의 방증일 뿐이다.
아시아 야구 지형도는 이미 재편됐다. 일본은 세계 정상을 향해 가고, 대만과 호주는 한국의 꼬리를 잡거나 이미 추월했다. 지금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식 운영과 정신력 타령에 머문다면, 다음 대회에서도 우리는 타국의 승패를 빌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굴욕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뼈를 깎는 인적 쇄신과 육성 체계의 전면 개편 없이는 한국 야구에 내일은 없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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