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어깨 부상 "약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 내일도 버텨야 한다" 3라운드를 마친 뒤 그가 내뱉은 말은 비장했다. 그리고 하루 뒤 이미향은 그 고통을 우승 트로피로 바꿨다.
8일 블루베이 LPGA(총상금 26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3타 리드를 안고 출발한 이미향은 강풍 속 전반에만 더블 보기 2개로 4타를 헌납하며 선두 자리를 내줬다.
장웨이웨이(중국)가 16번 홀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하다 10언더파 278타로 먼저 경기를 마친 순간 흐름은 완전히 중국으로 기울어 보였다.
그러나 이미향은 후반 9홀을 보기 없이 버디 3개로 돌았다. 1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언덕을 넘지 못하는 위기에도 침착하게 파를 지켜냈고 최종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웨지 샷을 홀 턱에 바짝 붙이며 탭인 버디를 낚았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2017년 7월 스코틀랜드오픈 이후 8년 8개월 만의 LPGA 투어 통산 3승이자 2026시즌 한국 선수 첫 우승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우승 상금은 39만 달러(약 5억 8천만 원).
"전반 더블 보기 두 번이 나와 정말 힘들었다. 마음속 기복도 심했다. 그러나 후반 계속 싸웠고,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기록했다. 스스로 정말 자랑스럽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전한 그의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었다.
지난겨울 어깨 부상으로 풀스윙조차 불가했던 이미향은 2월 1일에야 겨우 클럽을 잡을 수 있었다. 부진의 늪(2021∼2022년 상금 랭킹 100위권 밖)을 딛고 55위(2024년), 50위(2025년)로 차근차근 반등했지만 우승만은 요원했던 9년 가까운 침묵 그 끝에서 이미향은 "여전히 손이 떨린다"고 했다.
2012년 LPGA 데뷔 이후 가장 긴 어둠을 통과해 온 이미향은 "아버지, 캐디, 코치님,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이 우승이 가능했다"며 공을 주변으로 돌렸다. 이미향의 드라마는 2026시즌 4번째 대회 만에 한국 여자 골프의 첫 LPGA 승전보이기도 하다. 2015년 김세영 이후 블루베이에서 11년 만에 새긴 태극 낭자의 이름이다.
[진병두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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