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발상지인 필드하키 경기 모습. [위키백과]](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619074001003255e8e9410871751248331.jpg&nmt=19)
아일랜드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대표적인 소설 ‘율리시스’를 읽으면서 ‘2장 네스토르’에 하키가 등장한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 것은 이런 선입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922년 프랑스 파리에서 발표된 ‘율리시스’는 난해한 장편소설로 읽는 내내 계속 읽을 것인지를 갈등하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논문이 쓰인 소설로 ‘율리시스’를 꼽고 있다. ‘율리시스’가 만들어낸 문학박사가 ‘율리시스’를 읽은 독자보다 많을 것이란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율리시스’는 1904년 6월16일, 아일랜드 더블린 시를 배경으로 조이스의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인 스티븐 데덜러스와 ‘율리시스’의 주인공인 리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인공 블룸이 잠에서 깨어난 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서 여러 가지 볼일을 본 뒤 다음 날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서 잠에 드는 것이 ‘율리시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소설 속 18장 모두 고대 그리스 오디세우스 신화에 나오는 모험을 은유와 비유로 기술함으로써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지식이 없이는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배경지식으로는 성경,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셰익스피어(특히 햄릿), 신곡, 조이시의 전작 ‘더블린 사람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아일랜드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율리시스’는 제임스 조이스의 조국인 아일랜드의 암울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아일랜드의 발전을 억누르는 종교, 정치, 삐뚤어진 신념 등을 파고든다. 그리고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 일에 충실한 보통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율리시스’의 ‘2장 네스토르’에는 이례적으로 영국에서 처음 생긴 하키가 언급되는 대목이 나온다. 네스토르는 오디세우스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주는 고대 그리스 왕이다. ‘율리시스’에서는 스티븐이 일하는 학교 교장 ‘미스터 디시’가 네스토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는 과거에 얽매이고 새로운 의견은 무시하는 아일랜드의 ‘꼰대’로 그려지고, 스티븐은 그의 조언을 무시한다.
하키가 언급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 스틱으로 문을 두드리고 복도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하키다! 모두는 의자에서 빠져나오거나 뛰어넘어 흩어졌다. 이내 모두가 사라지고 다용도실에서 스틱이 부딪치는 소리와 구두 소리, 떠들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율리시스’에서 하키가 거론된 것은 시대적 상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키가 영국 제국주의를 상징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키는 1886년 영국하키협회가 정식 발족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토대를 갖추었다. (본 코너 1451회 ‘왜 ‘필드 하키’라고 말할까‘ 참조)
‘율리시스’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04년은 영국이 ‘해가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 세계에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던 때였다. 영국의 이웃인 아일랜드도 영국 식민 상태에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영국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사회가 깊게 병들어 있었다. ‘율리시스’는 당시 시대상을 알리고 아일랜드가 처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학교에서 하키를 하는 학생들을 통해 영국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교육적 문제를 비판했다. 조이스는 하키를 통해, 시대와 체제, 교육과 권력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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