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저스는 그런 김혜성의 포지션을 바꾸면서 실험을 했다. 유틸리티맨으로 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무리수였다. 2루수로 뛰게 해 빅리그 그라운드에 완전히 적응하게 만드는 일이 급선무였다. 김혜성은 내심 당황했을 것이다. 수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또 타격폼도 바꿨다. 김혜성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설사 그렇다해도 다저스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김혜성은 빅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이 먼저다. 타격폼 변경은 그 다음이다. 26인 로스터에 들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포지션 변경에 대한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저스는 무키 베츠에게 갑자기 유격수를 맡긴 바 있다. 베츠도 처음에는 매우 힘들어했다. 수비에 대한 부담은 그의 공격력에도 다소 영향을 미쳤다.
베츠는 그나마 빨리 새 포지션에 적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원래 유격수였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릴 잭스도 시범경기서 중견수 실험 뒤 포지션을 완전히 바꿨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김혜성은 2루수가 최적의 포지션이다. 그냥 2루수를 맡겼어야 했다. 어느 정도 빅리그 수비에 적응한 다음 포지션을 바꿔도 늦지는 않다.
그런데도 다저스는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한 곳도 아니고 여러 포지션에 대한 실험을 했다. 이는 그의 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타격폼까지 바꿨으니 타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새 타격폼에 적응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정후도 KBO리그 시절이었던 2023년 타격폼을 바꿨다가 실패했다. 다시 예전의 타격폼으로 돌아가자 타율이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김혜성은 빅리그 적응부터 했어야 했다. 그런 후 포지션을 바꾸든지, 타격폼을 바꾸든지 했어야 했다. 빅리그는 KBO리그와 완전히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김혜성이 간과한 점 하나가 또 있다. 빅리그는 경쟁이 심하다. 자리를 잠시 비우는 사이 다른 선수가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다저스는 팜 시스템이 좋은 구단이다. 유망주들이 득실거린다. 언제 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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