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한 K팝 아이돌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주인공이 됐다.
◇ 디즈니+, 왓챠, 티빙 등에서 K팝 아이돌의 이면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어져
디즈니+는 올해 여러 편의 K팝 다큐멘터리 론칭 계획이 있다고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텐츠 쇼케이스에서 밝혔다. 먼저 디즈니+는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두 편을 준비했다. 방탄소년단 완전체 다큐멘터리 'BTS 모뉴먼츠: 비욘드 더 스타'와 멤버 제이홉 솔로 다큐멘터리 '제이홉 인 더 박스'다. 이와 함께 슈퍼주니어의 뒷이야기를 통해 K팝 업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할 '슈퍼주니어: 더 라스트 맨 스탠딩', NCT 127의 월드투어 과정을 담은 'NCT 127 더 로스트 보이즈'도 공개 예정이다.
왓챠는 지난달 3일 오마이걸 효정, 더보이즈 큐, 에이티즈 우영, 르세라핌 김채원 등 4인의 K팝 아티스트가 출연해 아이돌이 아닌 '나'의 이야기를 풀어 낸 다큐멘터리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를 공개했다. 현대인의 삶을 9가지 물건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을 표현하는 물건 9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공개 후 특히 일본에서 호응을 얻었다. 신규 구독자 수가 전월 대비 3~4배 급증했다. 이는 왓챠가 2020년 9월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다.
왓챠 관계자는 "K팝이라는 세계적인 흥행 소재를 다큐멘터리 장르로 풀어내 새로움을 선사하고자 했다"며 "왓챠 내 데이터를 통해 구독자의 특징과 콘텐츠 흥행 포인트를 분석해 접근한 것이 일본에서 선전한 이유"라고 흥행 이유를 분석했다.
티빙은 지난달 26일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선보였다. K팝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이 출연해 K팝을 팬덤, 세대, 미디어 등의 키워드로 다룬 다큐멘터리다. K팝 계보, 걸그룹 전성시대를 맞이한 여성 아티스트들에 관한 에피소드, 셀프 프로듀싱 아티스트의 이야기 등도 소개한다. 일본 도쿄·오사카, 미국 LA·뉴욕·샌디애고 등 현지 취재 내용과 팬·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K팝의 영향력을 심층적으로 살피고 K팝의 매력과 팬덤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눈다. 이를 통해 미래의 K팝 문화, 글로벌 음악 산업에 미치는 K팝의 영향 등에 대한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웨이브에서는 마마무의 7년 기록을 담은 '마마무_웨얼 아 위 나우'(2022)를, 넷플릭스에서는 블랙핑크를 주인공으로 한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2020)를 공개했다. 유튜브도 트와이스 다큐멘터리 '트와이스 시즈 더 데이'(2020)와 K팝 시스템에 대해 집중조명한 '케이팝 에볼루션'(2021)등 다양한 K팝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 K팝 콘텐츠 인기있는 이유는 ?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K팝을 소재로 한 콘텐츠는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팬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다큐멘터리가 꾸준히 제작되는 건 대중이 아이돌 스타들의 화려한 모습 너머 무대 뒤편의 진솔한 모습을 보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콘텐츠 제작자들 입장에서나 대중의 시각에서나 늘 흥미로운 인물군”이라며 “아티스트로서 자기를 표현하되 회사가 기획한 특정 그룹의 세계관이나 메시지에도 부합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고, 무대 위에서는 완벽하면서 자연인으로서는 털털한 매력을 갖춰야 하는, 그러나 또 너무 다 보여줘서는 안 되는 이중적인 과제를 떠안고 있는 인물들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더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 "산업적으로는 최근 절대적으로도 주목받는 그룹의 수가 늘고 대중의 취향도 세분화되면서, 또 동시에 글로벌에 수요가 늘면서 한 그룹이나 한 멤버만 다루어도 충분히 유의미한 주목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글로벌 팬덤의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극장에서 관객 1만 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지만 K팝 가수들의 다큐는 팬덤을 모아 이보다 훨씬 많다.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관객 수 10만 명이면 수억원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CJ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화제작들이 거의 없는 극장가에 K팝 가수들의 다큐가 흥행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K팝을 테마로 한 OTT 다큐멘터리는 K팝 콘텐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K팝 아이돌의 화려한 외면이 아닌 내면의 모습들은 물론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전반적인 시스템 등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K팝 업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통찰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경 마니아타임즈 기자/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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