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세계 여자 3쿠션 선수권대회 챔피언으로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를 줄 알았으나 LPBA는 강자들의 정글이었다. ‘3쿠션의 살아있는 전설’인 히다 오리에까지 헤맸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히다는 팀리그 소속이어서 그래도 길이 편했다. 히가시우치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여럿이 그를 지원했다. 우승 후 흰 종이에 빽빽하게 쓰인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느라 우승 소감이 한참 걸린 이유다.
너무 길어서 미안한 듯 그가 중간 중간 사회자를 보면서 괜찮은가고 물어 볼 정도였다. 소감이 아니라 감사문 같았지만 매너는 훌륭했다.
히가시우치 나츠미의 결승전은 오히려 쉬웠다. 김보미와의 준결승이 훨씬 어려웠다.
1, 2세트를 빼앗긴 그는 3세트도 4:10으로 한참 밀렸다. 0-3으로 완패하는 상황이었는데 김보미의샷이 갑자기 흔들리며 7이닝 연속 공타를 날렸다. 포기 할 상황임에도 포기하지 않은 히가시우치는 그 7이닝 동안 2연타를 세 차례 치면서 세트를 낚아 챘고 결국 3-2로 역전승 했다.
그 힘들었던 고비가 결승전에선 큰 도움이 되었다. 마음이 차분해져 자신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
1, 2, 3세트를 15:4, 8, 5로 잡은 후 5세트에서 4연타를 두 번 쏘면서 11:2로 마무리하며 우승 고지에 올랐다.
히가시우치는 일본 도쿄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친한파. 2003년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당구를 만났고 1년 후 일본으로 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3쿠션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당구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LPBA가 생기지 않았으면 그만 두었겠죠. 당구를 그만둘까 하는 차에 PBA가 출범하더군요. 3~4년 열심히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도전이었지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우승이 더욱 소중합니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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