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21] 왜 바둑에서 ‘묘수(妙手)’라고 말할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6220656320016005e8e941087118222121234.jpg&nmt=19)
원래 묘수는 바둑만의 용어가 아니었다. 중국 고전에서 이미 ‘뛰어난 솜씨’, ‘기막힌 재주’, ‘명인의 손길’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여기서 수(手)는 단순히 손이 아니라 기술과 기교를 뜻했다. 중국에서 바둑 문화가 발전하면서 묘수는 점차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절묘한 착점"이라는 전문 용어로 정착했다. 그래서 바둑에서의 묘수는 단순한 좋은 수(好手)와는 구별된다.(본 코너 14회 ‘‘선수(選手)’에 ‘손 수(手)’자가 들어간 까닭은‘ 참조)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부터 묘수라는 말을 사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묘수라는 단어가 국역 2회, 원문 4회 나온다. 여기서의 묘수는 오늘날 바둑 용어라기보다 ‘뛰어난 재주’, ‘절묘한 수완’, ‘능숙한 솜씨’라는 의미로 쓰였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 이후 묘수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8년 2월8일자 ‘선만(鮮滿)스케잇대회(大會) 박(朴)·최(崔)의양웅대진(兩雄大振)’ 기사는 ‘선만(鮮滿)스켓잇팅선수권대회(選手權大會)는 거오일오전십시(去五日午前十時)에 예정(豫定)과가티 압록강빙상(鴨綠江氷上)에서 열리엇다함은 작보(昨報)와 갓거니와참가(參加)『틤』은 조선체육회평양(朝鮮體育會平壤)을 위시(爲始)하야 남만(南滿)에 안동현(安東縣) 무순(撫順) 봉천군등(奉天軍等)이엿는데 조선군(朝鮮軍)은 맹렬(猛烈)한 경쟁(競爭)을 하엿스나 초행(初行)인 동시(同時)에 그날은바람이부터서 어름도굿은 결과(結果)로서 그리 호결과(好結果)를보왓다고는 말할수업스나 최후(最後)까지 역전(力戰)하엿스며 오는 기회(期會)에는 자신(自信)을가지고 다시복수전(復讐戰)을 기약(期約)하는모양인데 오천미경주(五千米競走)에 잇서 최장춘군(崔長春君)(조체(朝體))은 안동현선수목곡(安東縣選手木谷)과는 묘수(妙數)로보와서도 그러치만 그당시구경(當時求景)하는 사람들로서애석(愛惜)히□임을마지안엇고’라고 전했다. 당시 ‘묘수(妙數)’는 바둑 용어의 묘수(妙手)라기보다 ‘근소한 차이’, ‘박빙의 승부’, ‘아슬아슬한 수치상의 차이’를 뜻하는 표현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자도 手(손 수)가 아니라 數(셈 수)를 썼기 때문이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깝다. 누구나 공격을 생각할 수 있고, 누구나 수비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고수는 공격도 수비도 아닌 제3의 길을 발견한다. 겉보기에는 손해처럼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가장 큰 이익을 얻거나, 막다른 길처럼 보이는 곳에서 승부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래서 묘수는 단순한 ‘정답’이 아니라 ‘발견’에 가깝다.
바둑 역사에는 수많은 묘수가 전해진다. 당대의 기사들은 수백 수를 읽고도 보지 못한 길을 어떤 한 사람이 찾아낸다. 그 순간 모두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감탄한다. 묘수는 상대를 놀라게 하는 수이기 전에 관전자와 해설자까지 감탄하게 만드는 수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묘수가 처음부터 묘수로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묘수는 등장하는 순간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실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수순이 진행될수록 그 숨겨진 의도가 드러난다. 그래서 바둑 팬들은 묘수를 ‘나중에야 이해되는 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은 선택이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아니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전진이 되고, 작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더 큰 이익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에서도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발견했을 때 “묘수를 찾았다”고 표현한다.
결국 바둑에서 묘수란 단순히 강한 수가 아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길을 찾아내는 상상력,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통찰력, 그리고 결과가 드러난 뒤 모두를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을 갖춘 수다. 바둑이 오랜 세월 지적인 예술로 불려 온 이유도 바로 이런 묘수의 순간들 때문일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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