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15일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에 따른 영화계의 반발 등 최근 사태와 관련 이사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허 집행위장의 사이 표명이 있은지 3일만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 9일 임시총회에서 그동안 없었던 운영위원장을 신설, 이 자리에 이용관 이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종국 위원장을 위촉 한 것이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사장 아래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기획과 방향, 초청 영화 선정 등 영화 업무 전반과 일반 행정, 예산 등을 총괄했다. 그런데 운영위원장 신설로 인해 집행위원장은 영화 관련 업무, 운영위원장은 행정, 예산 등의 업무 총괄을 맡게 됐다. 사실상 공동위원장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공동위원장 신설 인사안을 발표하면서 영화제 측은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획, 신인 감독 및 작품 발굴 등 영화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조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일반 사무, 행정, 예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이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임시총회 이틀 뒤 주변에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BIFF를 떠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영화인들은 "이용관 이사장의 독단과 주변 사람 심기, 조직 사유화에 기인한다"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영화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영화와 행정을 분리한 토론토영화제 등을 토대로 이번 인사를 했다"며 "조 위원장은 30년 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지만 영진위와 부산영상위에서 일한 행정 경험이 있어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 조기 사퇴를 표명한 것에 대해 "사실 올해 영화제를 끝내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해 왔다"며 "시기만 앞당긴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오는 10월 개막을 앞둔 제28회 영화제는 비상이다.
당장 다음 주 개막(16∼27일)하는 칸영화제에도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빠진 채로 참가할 수밖에 없어 부산국제영화의 국제 네트위크에 구멍이 생기게 됐다.
5월부터 시작된 초청 영화 선정, 개·폐막작 선정, 감독과 배우 게스트 섭외 등 가장 중요한 업무가 중단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초기부터 사무국에 몸을 담은 한 인사는 "이번 사태로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 서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영화계 내부는 물론 부산시 등에서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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