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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47] 왜 딩크(Dink)라고 말할까

2021-11-08 06:35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에서 한국이 김연경이 세르비아 블로킹 사이로 가벼운 연타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에서 한국이 김연경이 세르비아 블로킹 사이로 가벼운 연타 공격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 공격은 과감한 스파이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크로 정면 승부를 하는 것만큼 상대 블로킹을 살짝 건드리는 가벼운 공격도 중요하다. 상대 블로커들이 강력한 스파이크가 날아올 것에 대비해 두꺼운 벽을 쌓았다가 가벼운 연타 공격을 허용하고 실점을 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공격을 당하면 수비수들은 어이가 없다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손가락 끝을 사용해 블로커 주변으로 부드럽게 한 손으로 공격하는 것을 딩크(Dink)라고 말한다. 딩크는 배구 기술의 역사에서 보면 스파이크 보다 나중에 선보인 공격방법이다. 원래 배구 기술은 서브와 패스로부터 시작해 스파이크 등 큰 공격을 거쳐 딩크 등 작은 공격으로 세분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1910년대 볼을 띄워 강하게 스파이크 하는 공격기술이 처음 선보인 뒤 많은 기술이 등장했다. 딩크를 비롯해 강한 스파이크를 수비하기 위한 언더핸드패스(Bump), 상대 스파이크를 네트 사이에 두고 막는 블로킹 등이 그것이다.

딩크는 시간차 공격과 같은 페인트(Feint) 공격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코너 518회 ‘ 왜 ‘페인트(Feint) 공격’이라고 말할까‘ 참조)

원래 'Dink'는 공을 가볍게 친다는 동사형 단어이다. 폴 딕슨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미국 야구에서 1916년 느린 땅볼을 친다거나 볼을 느리게 던진다는 의미로 처음 딩크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텍사스형 히트’를 딩커(Dink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인기있는 스포츠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2006년 뉴욕양키스 홈런타자 제이슨 지암비는 팀동료 알렉스 로드리게즈에게 “당신은 오른쪽 외야로 2개의 딩커를 날렸다”며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기도 했다. 딩크는 테니스에선 살짝 떨어지는 드롭샷을 말하며 축구에선 공을 가볍게 쳐서 골로 넣은 슛을 말한다.

미국 현대 사회에서 딩크는 사회문화적인 용어로도 쓰인다. 베이비 붐 세대의 생활양식·가치관을 대변하는 용어로 의도적으로 나녀를 두지 않은 맞벌이 부부를 지칭한다. 딩크족은 사회적 관심과 국제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자유와 자립을 존중하며 일하는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특징이 있다. 딩크족은 남녀자립의 달성의 이상을 갖고 있지만 과도한 물질문명을 쫓는 성향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배구는 스파이크 위주의 강공만으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없다. 힘이 실린 강타를 계속 날리다보면 체력 소모가 많은데다 상대 블로킹의 집중적인 마크를 받는다. 강타 위주의 공격을 하면서 딩크 등 가벼운 연타 공격을 섞는 것은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때문이다. 딩크의 묘미는 스파이크를 위장해 네트 바로 너머로 공을 살짝 보내는 것이다. 스파이크를 날리는 척하다가 손끝으로 공을 밀어 내으면 상대 블로커들은 대부분 당할 수 밖에 없다.

딩크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많이 구사하는 편이다. 여자선수들은 강하게 내리꽂는 스파이크에 집중하는 것보다 딩크, 연타, 페인트 공격 등 다양한 공격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훨씬 많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상대를 속여 블로킹 당할 가능성이 작고 공격 성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특히 딩크는 선수들의 ‘직관’에 의해서 이뤄지기 경향이 많아 가변성이 높다.

한국여자배구에서 스파이크와 딩크를 잘 섞어서 공격하는 선수는 에이스 김연경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은 전력 열세 속에서도 김연경와 폭발적인 강타에 이은 연타 공격 등으로 착실히 득점을 쌓아 한 수 위의 전력으로 평가되던 일본과 터키 등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국내배구에서 딩크와 같은 개념어 사용하는 말은 없다. 일선 팀에선 살짝 이루어지는 페인트 공격 정도로 생각해 그냥 페인트 공격이라고 부른다. 딩크의 개념적인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용어 개발이 필요할 것 같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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