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참사의 도화선은 헐거워진 마운드 뎁스 그 자체였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최대 100억 원을 투자해 거물 타자 강백호를 전격 영입하며 타선의 파괴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대형 타자 수혈의 환호 속에서 마운드의 실속을 채우는 작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FA 자격으로 팀을 떠난 김범수는 KIA 타이거즈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보상선수로 묶이지 못한 한승혁은 KT 위즈로 이탈하며 필승조의 중심축이 통째로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할 차세대 자원들마저 줄줄이 침체에 빠졌다. 기대를 모았던 강속구 영건 김서현과 정우주는 프로의 높은 벽과 심각한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한 채 1군 엔트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베테랑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경험을 쌓아야 할 유망주들마저 추락하면서, 한화의 불펜진은 기댈 곳 없는 사막처럼 변해버렸다.
이 같은 파국을 두고 현장과 프론트의 총체적 난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손혁 단장 등 프론트는 전력 보강 과정에서 투수진의 유출을 막지 못해 구조적 공백을 자초했고,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젊은 투수들을 제대로 다독이거나 플랜 B를 가동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현장과 프론트의 엇박자가 부른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운영 철학이 자주 소환된다. 다저스는 아무리 화려한 슈퍼스타를 영입해 타선을 보강하더라도 마운드 뎁스와 투수 1순위 기조를 단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는다. 반면 한화는 당장의 눈앞의 폭발적인 타선에만 시선을 뺏긴 나머지 마운드라는 야구의 기본 공식을 잊어버렸다.
결국 강백호 영입의 역풍은 돈으로 타선을 살 수 있을지언정 준비되지 않은 마운드는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는 진리를 증명했다. 김범수와 한승혁의 빈자리, 그리고 김서현과 정우주의 부진 속에서 한화가 마주한 현실은 뼈아프다. 투수라는 뿌리가 흔들리면 모래성 같은 타선 역시 의미를 잃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불펜 대참사는 뼈저리게 가르쳐주고 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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