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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48] 바둑에서 왜 '사석작전(捨石作戰)'이라 말할까

2026-07-19 07:28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848]  바둑에서 왜 '사석작전(捨石作戰)'이라 말할까


버리는 카드’라는 말은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다. 특정 인물, 정책, 사업, 자산 등을 전략적으로 포기하거나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둑에서는 버리른 카드를 ‘사석작전(捨石作戰)’이라 부른다. 이 말은 ‘버릴 사(捨)’, ‘돌 석(石)’, ‘지을 작(作)’, ‘싸울 전(戰)’을 써서 '돌을 버리는 작전', 또는 '돌을 희생시키는 전략'이라는 뜻이다.

사석은 현대 바둑에서 생긴 개념이 아니라, 중국 고대 바둑(위기·圍棋)부터 사용된 매우 오래된 전략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스테이시(捨て石, すていし)’, 중국에서는 ‘서서(捨石, shěshí)’라고 부르며, 한국에서도 한자어인 ‘사석(捨石)’이 그대로 정착했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사석이라는 말은 검색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석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문헌에 등장했는지는 별도의 문헌적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언론은 개화기 이후 사석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년 12월19일자 ‘조선광업령해설(朝鮮鑛業令解說) (삽일(卅一))’ 기사에 ‘지하(地下)를굴착(掘鑿)할시(時)에,토지(土地)로부터분리(分離)된암석(岩石)(사석(捨石))을지표(地表)에퇴적(堆積)하는때,그것이붕괴(崩壞)하야하천(河川)으로드러가서’라고 적었다. 당시에는 사석이라는 단어 자체가 '버리는 돌'이라는 일반 한자어로도 쓰였다.

바둑에서 사석작전은 돌을 포기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큰 승리를 위한 전략이다. 작은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더 넓은 세력을 확보하거나 상대의 약점을 노려 결국 판 전체를 유리하게 이끄는 고도의 판단이다. 눈앞의 몇 집보다 전체 판세를 먼저 보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승부의 기술이다.


바둑 초보자는 버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돌 하나라도 살리기 위해 쫓고 쫓기다 보면 오히려 더 큰 집을 잃는다. 반면 고수는 언제 버려야 하는지를 안다. 이미 살리기 어려운 돌에 집착하기보다 다른 곳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바둑에서는 '잘 버리는 사람이 잘 이긴다'는 말이 나온다.

이 원리는 바둑판 밖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은 미래를 위해 수익성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운동선수는 익숙한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익히며, 개인 역시 지나간 실패와 후회를 붙잡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무엇을 얻을 것인가만큼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물론 버림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섣부른 포기는 패배를 부른다. 그래서 사석작전은 용기 이전에 정확한 형세 판단을 요구한다. 지금의 손실이 미래의 이익으로 이어질 것인지, 감정이 아닌 냉정한 계산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수의 사석은 무책임한 포기가 아니라 치밀한 설계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을 가져야 성공한다고 믿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바둑은 정반대의 교훈을 전한다. 모든 것을 지키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에는 반드시 포기가 따르고, 포기는 더 큰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이 원칙은 유효하다. 정보가 넘칠수록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쌓는 능력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능력이다. 시간도, 에너지도, 자원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사람이 결국 무엇을 얻을지도 결정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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