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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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도 "안 가는 게 좋다"고 했는데, 고졸 유망주들, 왜 자꾸 미국 가나...성공 확률 매우 낮아

2026-05-25 15:38

구단 관계자와 악수하는 박찬민(오른쪽)[필라델피아 구단 소셜미디어 캡처]
구단 관계자와 악수하는 박찬민(오른쪽)[필라델피아 구단 소셜미디어 캡처]
광주제일고 우완 투수 박찬민이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20만 5000달러(약 18억 3000만 원)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직행을 확정 지었다. 올해 고교야구 졸업 예정자 중 미국 구단과 계약한 1호 사례다. 필라델피아가 마이너리그 선수 2명을 트레이드하면서까지 자금을 마련해 데려갔을 만큼 빅리그의 한국 유망주 사냥이 본격화되면서 KBO 리그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 고교 무대를 지배 중인 이도류 '빅3' 하현승, 엄준상, 김지우의 추가 이탈 가능성에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쥔 하위권 구단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역사적 통계가 가리키는 고졸 투수의 미국 직행 성공 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한국 야구 역사상 고등학교 졸업 후 국내 프로 무대나 대학을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해 메이저리그 투수로 안착한 사례는 거의 없다. 류현진, 김광현 등은 KBO 리그를 완전히 평정하고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뒤 대우를 받으며 빅리그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버틴 베테랑 류현진조차 후배들의 고교 직행을 두고 "주변에 미국에 바로 가겠다는 후배가 있다면 무조건 뜯어말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몸이 완전히 여물지 않은 만 19세 나이에 미국식 고강도 웨이트와 무한 구속 경쟁에 노출되면 뼈와 인대가 먼저 망가진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최근 KBO를 패싱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특급 유망주들의 잔혹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고교 시절 시속 160km를 던지며 역대급 괴물로 꼽혔던 심준석은 미국 진출 후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2년간 고작 4경기(8이닝)를 던진 채 방출과 트레이드를 반복하고 있다. 다저스로 직행한 장현석 역시 싱글A 무대에서 제구 난조로 평균자책점 6점대를 기록하며 구단 유망주 랭킹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다저스 마이너리그 '올해의 투수상'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최현일은 결국 빅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한 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현재 현역 군 복무를 하며 KBO 유턴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낮은 성공 확률과 선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망주들이 계속해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배경에는 '계약금의 착시효과'가 자리 잡고 있다. KBO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받는 계약금은 대략 3억에서 5억 원 선이지만, 미국 직행 시에는 15억에서 2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제안받는다. 선수와 가족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확실한 야구판에서 거절하기 힘든 목돈이긴 하다.

실패 시 안전장치로 여겨지는 국내 복귀 시나리오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국내 복귀 유예 기간 2년 동안 군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유혹한다. 그러나 복무 중에도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상무 야구단'은 KBO 1군 성적을 가진 현역 프로 선수들이 미어터지는 곳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하위 단계 기록만 있고 실전 공백이 길어진 해외 유턴파가 상무의 바늘구멍을 뚫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상무에 떨어져 일반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게 되는 순간, 만 20대 초반의 가장 싱싱한 나이에 약 3년의 야구 커리어가 통째로 증발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행을 선택한 유망주들을 향해 무작정 비난의 화살을 돌리거나 실패할 것이라며 지나치게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프로 무대에서의 선택은 온전히 선수 본인과 가족의 자유이며, 남들이 가지 않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걸어가 보겠다는 10대 소년들의 뜨거운 도전 정신과 야망만큼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화려한 신기루 뒤에 감춰진 마이너리그의 냉혹한 현실과 리스크를 주변 어른들이 더 정밀하고 객관적으로 짚어줄 필요가 있다. 무모한 도박이 될지, 아니면 위대한 기적이 될지는 결국 주사위를 던진 청춘들의 어깨와 멘탈에 달렸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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