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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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23] 북한 축구에서 왜 ‘어드밴티지’를 ‘들여차기 허용’이라 말할까

2025-12-04 06:43

2023 항조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2023 항조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외래어 ‘어드밴티지(advantage)’는 축구와 테니스 등 여러 종목에 쓰이는 용어이다. 축구와 럭비 등에선 실질적 이익의 우선권을 보장하는 말이다. 공격 흐름이 더 유리하다면 규칙 위반에 대한 형식적 보상(프리킥)보다 ‘지금 얻고 있는 우위’를 더 크게 평가하는데 적용한다. 테니스에서는 듀스 이후 한 포인트 앞선 상황을 어드밴티지라 부른다.

영어 어원 사전에 따르면 어드밴티지는 앞을 의미하는 라틴어 ‘ante’와 고대 프랑스어 ‘avant’를 거쳐 중세 영어 ‘avautage’로 쓰였다가 16세기 이후 현재의 단어로 자리를 잡았다.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소형자 아반테(avante)도 스페인어로 ‘전진, 발전’의 의미로 쓰인다. 대체적으로 원하는 목적을 위해 유리하게 한다는 뜻이다. 근대 스포츠 규칙이 정형화되는 19세기 후반부터 ‘advantage’는 규칙 용어로 자리 잡았다. (본 코너 335회 ‘어드밴티지 룰(Advantage Rule)은 왜 필요할까’, 936회 테니스에서 왜 ‘어드밴티지’라고 말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0년대부터 어드밴티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4523일자 중동(中東), 최종 결승(決勝)기사는 고교축구 6의 면목을 크게 과시한 제1회서울시장배쟁탈 우수고교축구 대항전 제2일째 경기가 22일 하오 서울운동장에서 열렸는데 A조에서 중동고(中東高)는 전일에 이어 한양공(漢陽工)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최종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B조에서는 동북고(東北高)가 전반전에 2점을 얻은 어드벤티지로 경신고(儆新高)에 이겨 유일한 결승진출 으로 지목되었다고 전했다.

북한에선 어드밴티지를 ‘들여차기 허용’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어색한 직역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식 언어 체계가 가진 독특한 구조가 응축된 표현이다. 북한의 스포츠 언어는 기본적으로 기능주의적이다. 외래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개념을 설명식 문장으로 풀어내며, 행동 중심 동사구를 즐겨 쓴다. ‘패스’는 ‘차넘기기’, ‘드리블’은 ‘몰기’, ‘코너킥’은 ‘모서리차기’나 ‘구석차기’, ‘인터셉트’는 ‘끊기’라고 말하는 식이다. 기술적 개념보다 ‘행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어드밴티지도 자연스레 ‘공격의 지속 행위’로 번역된다. ‘들여차기’라는 말은 북한 스포츠 기사에서 이미 ‘상대 진영 안으로 공을 몰아 깊숙이 들여차는 적극적 공격’을 의미한다. 이러한 언어적 바탕 위에서 어드밴티지가 들여차기 허용이라는 구조가 성립된 것이다. (본 코너 1606회 ‘북한 축구에서 왜 ‘코너킥’을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할까‘, 1613회 ‘북한 축구에선 왜 ‘인터셉트’를 ‘끊기’라고 말할까‘, 1615회 ‘북한에선 왜 ‘드리블’을 ‘몰고달리기’라고 말할까‘,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조선말 순화’를 내세워 외래어를 거의 기계적으로 제거하는 대신, 설명 중심의 토박이말을 확대해왔다. 어드밴티지는 ‘형식’보다 ‘상황’을 설명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다고 본 결과이다. 다소 장황하고 구술적 표현처럼 보이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용어 체계 전체가 그렇게 조직돼 있어 오히려 통일성과 일관성이 있다.

남한에서는 ‘어드밴티지가 나왔다’는 말 한마디면 규칙 전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북한식 표현은 ‘들여차기 허용’처럼 문장형이라 규칙 자체보다는 상황 설명에 가깝다. 이는 전문 용어의 경제성보다, 행동 묘사와 의미 전달을 우선하는 언어관이 낳은 차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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