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래곤소드'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레트로 액션 게임의 후련함이 살아 있는 오픈월드 RPG'였다. 자유롭게 오가며 몬스터를 때려잡는 맛이 있었다.
사실 기존 프리뷰 화면만 본 상태에서의 인상은 여타 모바일 게임들과 큰 차이가 있을까였다. 지난해 말 열린 지스타에서 꽤 주목받았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최근 나오는 게임들 중 실제로 경험해 보면 화면은 화려하지만 실제 게임성은 많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랫폼 게임의 경우 PC 버전으로 즐겨보면 더욱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러나 '드래곤소드'의 경우 적어도 액션 RPG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임을 시작하다마자 꽤 장시간 진득하게 붙잡고 즐길 수 있었다.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개발사 하운드13는 확실히 '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체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칼을 사용하는 1명의 캐릭터(주인공 류트)를 사용하게 되는데, 우선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최근 국산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자동 진행 버튼이 없다. 유저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한다. 정해진 방향이 아니라 바다에도 빠져볼 수 있고, 가라는 데로 안가고 헤매볼 수도 있다.
진행하다 보면 3명의 캐릭터를 교체해 가면서 싸우게 된다. PC판 기준 1, 2, 3 키를 눌러가면서 각각의 캐릭터로 교체하면서 싸우는 방식인데, 화면에 콤보가 가능하다고 뜨는 시점에 맞춰 누르면 현재 캐릭터와 교체 캐릭터가 화면에 동시에 나와 적을 같이 때린다.
근거리 공격과 원거리 공격이 있는데, 원거리 공격은 캐릭터 특성인지 조금 갑갑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적이 기본 칼 공격이 닿지 않는 경우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가 있는 정도이고, 기자의 경우 근거리 캐릭터 2명을 주로 사용했다. 이 느낌은 개인차가 있을 것 같았다.
전투를 해 보면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액션 게임이라는 느낌이 확 온다. 후판정, 강제 타게팅 같은 것은 없고, 어려운 기술도 없다. PC 버전 기준으로 열심히 마우스를 클릭하면 칼질을 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킬이 나간다.
패링, 회피 등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콤보를 위해 어떤 순서에 맞춰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다. 뛰고, 때리고, 화면을 보다가 쿨타임이 차면 스킬 버튼을 누르거나, 캐릭터 교체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연계 공격, 콤보 공격이 나온다.
특히 점프 후 연타 공격은 예전 액션게임이 주는 향취를 맡을 수 있게 한다. 제작사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으나 공중 무한 콤보는 확실히 재미있었다.



마치 2D 벨트스크롤 게임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콤보의 쾌감, 연타감, 회피 후 공격, 3인 캐릭터들의 연계 공격이 즐겁다. 누구나 쉽게 적응 가능한 방식이다. 스킬 콤보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속도감은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정리하자면, 요즘 게임들이 주는 배워야 즐길 수 있다는 어려움도 없고, 그렇다고 밋밋한, 허공에 칼질하는 것도 아닌 손맛은 확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정확히는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라도 '내가 잘 싸우고 있어'라는 감각을 맛보게 해 준다.
오픈월드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스토리 진행은 무시하고 지도 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레벨에 맞지도 않는 몬스터를 잡아보려고 노력해 보기도 하고, 숨겨진 장소를 찾아보기도 하는 재미가 있었다.
곳곳에 마련된 여신상의 조각을 찾아 복구하는 재미나 맵을 한 단계씩 밝혀가기 위해 퍼즐을 해결하는 요소 등은 흥미를 더해주는 요소였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다가 숨겨진 던전을 발견해 토벌하는 재미는 무한 파밍에 지치는 여타 모바일 게임과 확실한 차별 요소였다.

특히 '탈것'인 퍼밀리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벽을 타고 돌아다니며 일반적으로는 갈 수 없는 곳을 가본다거나 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특히 아무런 목적 없이 산에 오르는 것은 작지만 쾌감을 주었다.
물론 싱글 AAA급 게임들처럼 오픈월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이 세계에 반영돼 자유로운 이야기 전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일직선 진행이나 다름없는, '말로만 오픈월드'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개운함을 주었다.

그래픽도 나쁘지 않았다. 깔끔한 그래픽과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움직임은 보는 맛이 있었다. 최근의 서브컬처 게임처럼 2D의 느낌을 내려 한 것이 아니라 '피규어' 같은 3D 모델링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국산 3D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계속 게임을 진행하면서 불만도 있었는데, 그것은 캐릭터와 스토리였다. 주인공 류트가 죠니의 용병단과 만나 진행되는 이야기가 큰 줄기인데, 대사는 올드하고, 캐릭터는 갑갑하고, 스토리는 황당했다.
특히 스토리는 억지로 진행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물 없이 고구마 먹는 느낌이었고, 용병단 단장인 죠니는 황당한 행동만 하며 납득이 어려운 행보를 보여준다. 왜 이런 스토리 전개를 차용했는지 모르겠으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따라가는 최근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던 요즘 유저들에게는 매력을 어필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아직 CBT 상태이고, 아직은 좀 더 개선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게임을 끈 뒤에도 조금만 더 즐기고 싶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오래간만이라 기대작인 것 만은 확실하다.
[이동근 마니아타임즈 기자/edgeblu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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