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리는 한자어로 ‘바다 해(海)’와 ‘마을 리(里)’의 합성어로 바다의 거리라는 뜻이다. 해리는 영어 ‘nautical mile’을 번역할 말이다. 영어권에선 육상에서 쓰는 마일과 구분하기 위해 바다를 의미하는 ‘nautical‘이라는 단어를 ’mile’ 앞에 붙여 사용한다.
해리(海里)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서양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일본에서 먼저 쓰기 시작했으며, 한국과 중국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 등 한자문화권에선 오래전부터 사람의 한 걸음을 뜻하는 ‘보(步)’, ‘간(間)’, ‘리(里)’라는 거리 단위를 사용했다. 1보는 1간과 같으며, 1리는 360간에 해당한다. km로 환산하면 10리는 약 4km, 1리는 0.4km로 계산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해리라는 말을 검색해보면 고종시대부터 쓴 것으로 확인된다. 고종실록26권, 고종 26년(1889년) 10월 20일 임진 8번째기사 ‘조선과 일본 양국 사이에 통어 장정을 체결하다’에서 처음 등장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때부터 해리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nautical mile’에서 ‘mile’이라는 단어는 '천 걸음'을 뜻하는 라틴어 'mille passus'에서 유래한다. 항해용 도구가 개발되고 지도 제작자들이 위도와 경도로 된 좌표계를 사용하기 시작한 1500년 경까지 바다에서의 항해는 눈에 의존하였다.
16세기 후반에 영국인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가정하고 바다에서 적도나 자오선을 따라 1도 움직이는 거리가 일정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따라 지구를 360방향으로 나눠 가로선은 위도, 세로선은 경도로 나눴다. 1도 움직이는 거리는 60마일 즉 1분 거리는 1해리라고 했다. 지구는 완벽한 구체가 아니라 약간 평평한 극을 가진 타원체이기 때문에 위도 1분의 거리는 일정하지 않고 극지방에서는 1861 m이고 적도에서는 1843 m이다. 프랑스는 1791년 정의된 미터법으로 해리를 1852m로 정의했다. 프랑스는 1906년에 프랑스 해군에게 쓰게 하였고 1929년 국제 수로 회의에서 승인받았다.
외래어인 노트는 영어로는 ‘knot’라고 쓴다. 1노트는 1시간에 1해리를 가는 속력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원래 매듭이라는 의미이다. 17세기 배에서 속도 단위로 쓰이게 된 것은 배가 움직이는 것에 맞추어 14.4m 간격으로 매듭을 붙인 끈을 꺼내, 모래 시계가 떨어지는 28초간에 흘린 매듭의 수로 배의 속도를 측정한 것에 유래했다. 실제로 배는 얼마나 빨리 진행될까를 알려면 노트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해상에선 육상보다 물의 마찰과 저항으로 인해 체감 속도를 크게 느껴질 수 있다. 30노트를 달리는 배는 육상에선 계산상으론 약 54km 정도의 시속에 해당하지만 물과 파도 등의 저항 등으로 인해 육상 보다 2~3배 이상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노트라는 말을 사용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동아일보 1921년 5월16일자 ‘米新亞細亞艦隊(미신아세아함대)’ 기사에 미국 신형함을 소개하면서 배의 위력을 알리기 위해 노트라는 단어를 보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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