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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초록 유니폼으로 은퇴하고 싶다... 홍정호, '전력 외' 낙인 딛고 그라운드 복귀

2025-04-14 12:42

조나탄 슈팅 막는 홍정호
조나탄 슈팅 막는 홍정호
"은퇴할 때 마지막 유니폼이 초록이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더 많이 노력해야겠죠."

시즌 초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전북 현대의 베테랑 수비수 홍정호(35)가 불굴의 투지로 그라운드 복귀에 성공했다. 한때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되는 쓴맛을 삼켰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기회를 기다렸고,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지난해부터 기량 하락세가 뚜렷했다는 냉정한 평가 속에 홍정호는 전북 성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새로 부임한 거스 포옛 감독마저 개막전 엔트리에서 홍정호를 아예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홍정호는 꺾이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며 인내했고, 마침내 3월 30일 FC안양과의 6라운드 원정에서 첫 출전 기회를 얻었다. 4경기 무승으로 고전하던 전북은 1-0으로 앞선 후반 42분, 승리를 지키기 위해 홍정호를 투입했다.

이후 대전하나시티즌과의 7라운드에서는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이어 13일 제주SK FC와의 홈경기에서도 연속 선발 출전한 홍정호는 공수 양면에서 빛나는 활약으로 팀의 1-1 무승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전반 35분, 제주 스트라이커 유리 조나탄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정확한 태클로 차단한 홍정호는 "태클하면 공이 걸릴 거라고 판단했는데 운 좋게 잘 막았다"며 겸손해했다. "유리도 '진짜 좋은 수비였다'며 칭찬해줬다"고 덧붙였다.


드리블하는 홍정호
드리블하는 홍정호
후반 41분에는 이승우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콤파뇨의 동점골을 도왔다. "사실 내가 골을 넣으려 했는데 잘못 맞아서 어시스트가 됐다.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홍정호의 활약에 포옛 감독의 평가도 달라졌다. 기자회견에서 홍정호 중용 가능성을 묻자 "이런 경기력이라면 '예스'"라고 단호히 답했다. 다만 "홍정호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잘 관리해주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말을 전해들은 홍정호는 "내가 태환이보다 늙어 보이나?"라며 동갑내기 주전 풀백 김태환을 언급하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벤치 신세를 질 때는 여름 이적설이 돌기도 했지만, 홍정호의 진짜 바람은 전북에서의 유종의 미다. K리그 '절대 1강' 시절 전북의 핵심 수비수로 여러 차례 우승의 영광을 맛본 그는 전북이 강팀으로 복귀하는 과정에 자신도 기여하며 그라운드를 떠나기를 희망한다.

홍정호는 "매 경기 살아남으려고,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계속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뒤'에서 끝나는 것보다 '앞'에서 빛나면서 은퇴하고 싶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 / 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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