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2024 IBK기업은행배 화성시 전국중고배구대회 최강전이 열리고 있는 화성종합경기타운 체육관에서 만난 김홍 한국중고배구연맹 회장은 “점차 학교팀이 줄고 있는 중고배구의 환경 변화가 시급하다. 현재와 같이 엘리트 방식으로만 중고배구가 운영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중고배구도 클럽스포츠제도를 받아들여 엘리트 스포츠와 함께 활성화시켜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8년전 연맹 회장에 취임한 김 회장은 “재임하는 동안 초중고팀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었다”며 “이번 대회에 마지막 대회 출전이 될 것 같은 송산고만 하더라도 중고연맹과 화성시 등에서도 해체 반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해체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고배구팀들이 이번 송산고 문제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현재 중고배구연맹 산하 남녀팀은 선수가 부족하고 팀 수도 많지 않아 대회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발굴하지 못해 한국배구의 젖줄 역할을 해야할 중고배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프로배구, 대표팀으로 이어져 한국 배구는 이제 베트남, 파키스탄 등 동남아 팀에게도 승패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쟁력이 무너졌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고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클럽 배구팀에 문호를 개방, 클럽스포츠 활성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여고부 홍천군체육회, 여중부 목포낭만클럽 등이 전국 대회에 출전, 기존 엘리트팀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여고클럽인 홍천군체육회는 2022년 제55회대통령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광주체고를 3-1로 꺾고 창단 후 첫 승을 올리며 주목을 끌었다.
김 회장은 “두 팀은 클럽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클럽스포츠를 통해 배구에 재미를 느끼며 소질을 발견한 선수들이 엘리트스포츠로 발전하는 방향으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엘리트스포츠도 살고, 클럽스포츠도 사는 상호 공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고생들을 위한 체육교육 방안을 마련, 시행하는 학교체육진흥회는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서울등 대도시와 지자체 중고교에 수백개의 배구클럽을 만들어 교육감배 등 전국시도대항 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현재 인하부고 1학년생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 선수는 학교 클럽스포츠를 통해 발굴됐으며, 여중팀인 천안 봉서중은 학교 클럽스포츠에서 일부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클럽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대한배구협회가 적극 나서 엘리트스포츠와 클럽스포츠에 관한 관련 규정을 완화시켜 양쪽 문호를 활짝 열어 상호 교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근거해 엘리트스포츠와 클럽스포츠의 선수 등록을 철저히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배구는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고배구가 뿌리채 흔들리며 난파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비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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