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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23] ‘미터(m)’와 ‘야드(yd)’

2022-10-17 06:33

2020 도쿄올림픽 50m 수영경기장 모습
2020 도쿄올림픽 50m 수영경기장 모습
수영이나 골프에선 거리 개념을 ‘미터(m)’나 ‘야드(yd)’를 많이 쓴다. 국제적인 기준으로는 ‘미터(meter)’를 적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야드(yard)’를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국제수영연맹(FINA) 규정에는 수영장은 50m, 25m 규격을 갖추도록 했지만, 미국 등에선 50야드, 25야드 수영장들이 대부분이다. 올림픽이나 국제 경기를 할 때는 50m 수영장을 사용하는 대신 일반인들이 수영할 때에는 25야드로 레인을 설치한다. (본 코너 814회 ‘왜 수영장 국제규격 길이가 ‘50m’일까‘ 참조)

골프도 홀별 거리를 미터로 많이 쓰지만 아직도 야드를 쓰는 곳도 꽤 있다. 국내 골프장들은 미터로 홀별 거리를 표시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 골프장들은 대개 야드 거리로 홀별 크기를 나타낸다. 거리 계산을 미터와 야드로 다르게 표시하는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거리 계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야드로 표시한 골프장에선 야드 거리에서 숫자 15를 빼면 미터 거리로 보면 된다. 150야드라면 15를 빼 135미터가 된다. 실제 계산은 150야드에 0.9144를 곱하야 되지만 대략적인 추정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미터의 어원은 원래 프랑스어 ‘mètre’이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미터는 원래 ‘사물’ 또는 ‘측정’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μέτρον(메트론)’에 기원을 두고 있다. (본 코너 720회 ‘육상에서 왜 ‘미터법’을 사용하는 것일까‘ 참조) 미터법은 프랑스에서 먼저 시작했다. 18세기까지 유럽에선 도량형이 수백개를 사용해 일반 상거래에 많은 불편이 따랐다. 이는 프랑스혁명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혁명정부는 도량형을 정비하고자 했으며,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는 1791년 지구 자오선 길이의 4,000만분의 1을 1m로 하자고 정의했다. 미터법이 쉽고 우수하다는 점을 인정받으면서 1875년 프랑스에서 17개국이 모여 국제회의를 열어 미터법 조약이 체결됐다. 1983년 제17차 국제도량형 총회에서 1m 기준을 빛이 진공 중에서 2억9,979만 2,458분의 1초동안 진행하는 경로의 길이로 다시 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5월에 계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오늘날까지 채택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고 길이는 야드, 인치, 마일, 피트, 무게는 온스, 파운드, 톤, 드램 등을 단위로 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서양 제도의 유입과 함께 서양식 미터법을 일본식 도량형 단위인 돈, 관, 평 등과 함께 혼용하기도 했다. 국제 규칙이 정해진 스포츠에서는 미터법을 활용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신문 보도를 보면 미터를 한자어 ‘쌀 미(米)’로 표기했다. 이는 영어 발음을 줄여서 표기한 것이다. 예를들어 2m30을 2米30으로 썼다. 우리나라 언론은 해방이후 1950년대 후반까지 쌀 미자를 한자어가 아닌 한글 ‘미’로 표기하다가 외래어 ‘미터’로 바꿔 사용하게됐다. 현재는 외래어 '미터' 대신 영어 ‘m’로 쓴다.

야드는 나뭇가지,막대기 등 측정에 사용된 고대 영어 ‘gerd’, ‘gyrd’에서 기원한 말이다.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세례 요한의 전령은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거리 측정에 사용했다고 한다. 고대 영어와 중세 영어에서 측량 길이를 나타내는 단어로 야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20년 노르만 왕가의 ‘뛰어난 학자(Henry Beauclerc)'라는 별칭을 가진 영국 헨리 1세(1100~1135년)는 ‘Yard 사용법’을 선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헨리 1세의 ‘코끝부터 쭉 뻗은 팔의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91.44cm)’를 1야드의 표준으로 정해서 선포한 것이라고 한다. 하이힐(high heeled shoes)을 즐겨 신었던 루이 14세(1643~1715년)의 발(Foot) 길이(30.48cm)를 ’1 Feet의 표준‘으로 프랑스인들은 정한 것이란다. 그래서 1 Feet가 30.48Cm가 된 것이다. 1야드는 3피트, 또는 36인치와 동일한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영국 및 미국에서 쓰이게 됐다. 1959년 국제 협정에 따라 1야드는 정확히 0.9144미터로 표준화됐다. 야드라는 단어는 동음이의어로 밀폐된 땅, 정원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 강점기 시절 육상 등 종목에서 미국식 영어표기에 따라 야드라는 단어를 기사를 통해 전했다. 조선일보 1935년 4월1일자 ‘미국육상계(米國陸上界)를 석권(席捲)하는 흑인군(黑人群)’ 기사는 당시 최고 흑인 스프린터 랄프 메트칼프에 대해 ‘그는 일구삼(一九三)〇연(年)의 대회(大會)에서 백(百)야드에 구초칠(九秒七)이란 신기록(新記錄)을내인 뒤로는『쥬니어』를 버서나서 일반성인부(一般成人部)에 끼여 활약(活躍)하엿스니 그가 성인(成人)으로의 제일전(第一戰)은 일구삼(一九三)〇연(年)의대회(大會)에서 미국(米國)의 쟁쟁(錚錚)한『스프린터』들의 틈에끼여 이백(二百)야드에 제사착(第四着)이 된것이그것이다’고 알렸다.
매년 10월14일은 세계 표준의 날이기도 해서 일상생활에서 쓰는 ‘미터, 야드’ 등 거리 표시를 나타내는 단어의 기원을 살펴봤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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