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초 LG 트윈스의 마무리 유영찬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염경엽 감독의 마음은 급해졌다. 수장뿐만 아니라 차명석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 전체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측에 지급할 이적료까지 감당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고우석을 다시 잠실로 데려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염 감독은 "사실 올해는 미국에 안 갔어도 됐다. 지난 겨울에 만났을 때도 '그만해도 되지 않나'라고 했었다"라며, 그가 돌아와 팀의 마지막 퍼즐을 맞춰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구단의 연속 우승 플랜이 그의 복귀에 달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고우석의 결단은 단호했다. 친정팀의 다급한 구애와 보장된 탄탄대로를 뒤로한 채, 그는 "1년만 더 미국에서 도전해 보겠다"며 독하게 잔류를 선택했다. 사령탑은 선수의 완강한 의지 앞에 아쉬움을 삼키며 뜻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벼랑 끝에 섰던 고우석의 집념은 마침내 기적 같은 반전을 만들어냈다. 미네소타 트윈스로의 전격적인 이적과 함께, 계약 조항에 명시된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 진입 권리를 당당히 쟁취해 낸 것이다. 이제 그는 단순한 임시 대체 선수가 아닌, 당당한 빅리그 신분으로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설령 향후 구단이 그를 다시 내리려 하더라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해 FA 신분으로 미국 내 다른 팀을 찾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까지 손에 쥐었다. 미국 무대 장기 잔류를 향한 완벽한 생명 연장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결국 고우석의 극적인 생존기는 그를 애타게 기다리던 친정팀 LG에 복잡한 허탈감을 안기게 됐다. 막대한 공을 들이며 그의 국내 유턴 시나리오를 그리던 LG로서는, 보란 듯이 빅리그에 살아남아 미국 드림을 이어가게 된 옛 마무리의 인간승리를 바라보며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씁쓸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그러나 고우석의 빅리그 데뷔를 축하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돌아올 테니까.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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