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20] 왜 ‘비키니(Bikini)’ 수영복이라 말할까

2022-10-10 08:12

2020 도쿄올림픽서 비치발리볼에 출전한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서 비치발리볼에 출전한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잡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lustrated)는 매년 스포츠 비시즌인 겨울철에 ‘수영복 이슈(Swimsuit Issue)’라는 특집호를 낸다. 겨울철 부수 판매를 높이기 위해 매년 내는 ‘수영복 이슈’로 인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다. ‘비키니(Bikini)’ 수영복을 입은 표지 인물은 스포츠스타보다는 전문 모델들을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

비키니 수영복은 브래지어 형태의 상의와 팬티 형태의 하의로 구성된 여성용 수영복이다. '투피스 수영복', 혹은 '세퍼레이트 수영복'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키니라는 이름은 남태평양 섬 비키니 환초(Bikini Atoll)에서 유래됐다. 당시 미국은 비키니 섬에서 원자폭탄 실험을 했는데, 1946년 처음 발표된 이 옷의 충격적인 인상을 비키니 섬의 원폭 실험 충격에 빗대어 폭발적인 반응을 기원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비키니 수영복은 당시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 앙(Jacque Heim)에 의해 먼저 발표된 ‘아톰(Atome)이라는 이름의 수영복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보다 노출도를 더욱 높여서 내놓은 것이 바로 비키니이다.

1946년 7월5일 파리 수영장에서 열린 언론행사에서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Louis Réard)는 미슐랭 베르나르디니라는 댄서에게 비키니 수영복을 입혀 화제를 모았다. 비키니 수영복은 선정성으로 인해 보수적인 카톨릭 바티칸 당국에 의해 죄악으로 선언됐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에서 착용이 금지됐다. 1951년 미스 월드대회에서 비키니 수영복이 처음 등장했지만 대부분의 미인 대회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1953년 칸 영화제에서 젊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로도(Brigitte Bardot)가 비키니를 입으면서 인기를 얻었다.

미국에선 1960년 팝스타 브라이언 하일랜드(Brian Hyland)가 해변에서 물방울 무늬 비키니를 입은 수줍어 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 Dot bikini’를 발표하면서 서핑문화와 함께 비키니 수영복을 수영복의 주류로 끌어들였다. 이 노래 제목을 직역하면 ‘아주 작은, 노란색 물방울 무늬 비키니’이다. 비키니 수영복은 1963년 제임스 본드 영화의 본드 걸들이 즐겨 입으면서 더욱 인기를 모았다.

비키니 수영복은 국제수영연맹(FINA) 경기에서 선수들이 잘 입지 않는다. FINA 규정상 여성 선수들은 원피스 또는 투피스 수영복을 입을 수 있지만 기록을 내는데 효과적이지 않아 비키니 수영복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도입된 비치발리볼서는 비키니를 공식 유니폼으로 결정했다. 비치발리는 2012년 여성이 원하는 경우 반바지와 소매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50년대부터 비키니 수영복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1954년 11월1일자 ‘미녀(美女)를욕장(浴塲)으로 영국나체주의운동(英國裸體主義運動)’ 기사는 ‘영국나체주의자(英國裸體主義者)들은 명년(明年)여름에 많은 어여쁘고젊은여인(女人)들을 해수욕장(海水浴場)으로파유(派遺)할 계획(計劃)인데 이들은 아랫두리에는 삼각형(三角形)의「비키니」수영복(水泳服)을입을것이며상반신(上半身)은 완전나체(完全裸體)로나타날것이라한다 이러한 조치(措置)는 더많은 아름다운처녀(處女)와젊은여인(女人)들을 나체주의자(裸體主義者)에 포섭(包攝)하기위(爲)하여 취(取)해지는것이라한다【AP】’고 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