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롯데 자이언츠였다. 롯데는 지난해 안전하게 3위를 달리고 있던 와중에 더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하겠다는 명분으로 좌완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기이하게도 데이비슨이 시즌 10승을 달성한 바로 그날 밤, 구단은 방출 통보를 날렸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과 이닝 소화력에 대한 불신이 이유였다.
그러나 롯데의 이 승부수는 완벽한 '폭망'으로 귀결됐다. 가을야구의 치트키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며 데려온 메이저리그 38승 경력의 빈스 벨라스케즈가 1승 4패 평균자책점 8.23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며 무너졌기 때문이다. 선발 한 축이 붕괴한 롯데는 후반기 동력을 잃고 12연패의 늪에 빠지며 결국 7위로 가을야구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올해, NC 다이노스가 소름 돋을 정도로 닮은 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NC는 2024년 46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하고 지난해에도 36홈런을 때려낸 팀의 간판타자 맷 데이비슨을 에이징 커브로 인한 장타력 저하를 이유로 전격 방출했다. 스펠링이 똑같은 또 한 명의 '데이비슨'이 그다.
NC는 그의 대체자로 마이너리그 통산 134홈런을 기록한 우타 거포 블레인 크림을 영입했다. 블레인은 데뷔전에서 홈런 대신 3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뛰어난 선구안으로 이호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으나, KBO 리그 투수들의 유인구 공세를 극복하고 데이비슨의 홈런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
흥미로운 변수는 방출된 타자 데이비슨의 행보다. 키움 히어로즈가 발 빠르게 영입했고, 그는 이적 첫 경기부터 2루타와 3출루 활약을 펼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만약 데이비슨이 키움에서 부활해 친정팀 NC의 가을야구 전선에 비수를 꽂는다면 NC 역시 롯데 못지않은 거대한 흑역사를 쓰게 된다.
우승을 향한 과감한 결단과 무리한 도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미 데이비슨을 버리고 파멸적인 결말을 맞이했던 롯데의 잔혹사를 목격한 야구팬들은 이제 시선을 창원으로 돌리고 있다. 과연 NC의 '데이비슨 방출'이라는 도박은 롯데와 다른 대성공의 결말을 맺을 수 있을까?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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