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8(금)

야구

박병호의 홈런왕 시대 다시 오나?[마니아포커스]

2022-05-12 10:42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역사상 최고의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촌철살인의 야구 격언 가운데 하나다.

11일 광주 KIA전에서 1회 좌측 스탠드를 훌쩍 넘기는 장외 2점홈런으로 시즌 11호를 기록한 박병호가 홈인하고 있다.[kt 위즈 제공]
11일 광주 KIA전에서 1회 좌측 스탠드를 훌쩍 넘기는 장외 2점홈런으로 시즌 11호를 기록한 박병호가 홈인하고 있다.[kt 위즈 제공]
요즘 박병호(kt 위즈)를 보면 마치 요기 베라가 박병호를 두고 한 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감난다. 마치 새로운 전성기에 접어든 느낌마저 준다.

박병호는 최근 10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몰아치면서 홈런에 관한 한 대세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올시즌 조금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으로 역대급 투고타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통의 홈런타자들의 홈런 생산력이 뚝 떨어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전성기에 못지 않는 위력을 보이고 있어 더욱 이채롭다.

박병호는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회초 KIA 선발 이의리로부터 2점 홈런을 쏘아 올려 시즌 11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좌측 관중석을 훌쩍 넘는 장외홈런이었다. 공식 비거리는 120m.

박병호는 전날인 10일 KIA전에서 평소 그답지 않는 어이없는 실책으로 팀이 5할 승률로 올라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바로 0-0이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KIA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1루수 평범한 파울플라이를 놓치는 바람에 다시 한번 타격 기회를 얻은 소크라테스가 끝내기 안타를 날린 것. 이 바람에 박병호의 시즌 11호 홈런을 두고 어이없는 실책에 대한 분노의 홈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올시즌 박병호의 활약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어 있었다.

지난해 FA가 됐지만 어느 팀에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레전드나 다름없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조차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해를 넘기도록 FA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다른 팀들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박병호에 지불해야 할 연봉도 문제였지만 KBO 규정에 따라 FA 등급 C등급인 박병호를 영입하는 팀은 2021시즌 박병호의 연봉(15억원)의 150%인 22억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줘야 하는 금액도 문제였다.

박병호의 타격 순간 모습[kt 위즈 제공]
박병호의 타격 순간 모습[kt 위즈 제공]
이는 박병호는 2020~2021년 두 시즌의 성적이 기대이하였기 때문이다.

두 시즌 모두 간신히 20홈런을 넘기기는 했지만 타율이 형편없었다.

2020년에는 부상과 부진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 처음 100경기에도 출장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타율은 0.223(309타자 69안타) 21홈런 66타점에 그쳤다.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 성적은 2021년에도 이어졌다. 118경기에서 타율 0.227(409타수 93안타) 20홈런 76타점에다 OPS(장타율+출루율)은 0.753에 불과했다. 장타율(0.430)은 2012년 이후 역대 최악이었다. 타석당 삼진율도 140경기에 나서 161개의 삼진을 당했던 2015년의 3.86타석당 1개꼴(622타석 161삼진)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38타석당 1개(477타석 141삼진)로 늘어났다.

이 바람에 박병호는 지난해에 타율은 규정타석(144경기×3.1타석)을 채운 54명 가운데 맨 밑바닥인 54위였다.

당연히 에이징 커브가 의심됐고 그래도 시즌 20홈런 정도는 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만을 갖고 거액을 투자하기는 어느 팀도 쉽지 않았다.

이런 참에 kt가 선뜻 손을 내 밀었다. 3년에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3억원)에 새로운 둥지를 찾은 것이다.

박병호가 kt와 FA 계약을 맺은 것은 이강철 감독의 믿음 덕분이다. 이강철 감독은 키움의 전신인 넥센에서 수석코치를 하면서 박병호를 곁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아직 박병호는 에이징커브가 아닌 멘탈의 문제일뿐이라고 믿었다. 편안한 가운데 자신의 기록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박병호는 이강철 감독의 믿음에 확실하게 부응했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면서 타율도 올라가고 홈런생산력도 높아졌다. 시즌 2번째 경기인 삼성전에서 첫 홈런을 가동한 박병호는 4월 한달 24경기에서 5개 홈런을 날리더니 5월들어 특유의 몰아치기를 시작했다.

4월 30일 키움전부터 전날인 11일까지 10경기에서 무려 7개를 몰아쳤다. 어린이날인 5일 수원 롯데전에서는 개인통산 7번째 만루홈런을 터트리며 홈팬 어린이들에게 기분좋은 승리를 선물했다. 덤으로 kt는 창단후 어린이날 7전 전패를 벗고 첫 승리까지 안았고 박병호는 홈런선두를 달리던 한동희(롯데)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잠실로 장소를 옮긴 6일 두산전에서는 개인 20번째 연타석홈런을 날렸고 7일에는 3경기 연속홈런으로 시즌 10호를 기록해 10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 기록을 세웠다. KBO 리그 역대 14번째 대기록이다.

그리고 다시 11일 나흘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홈런 공동 2위인 한동희와 김현수(LG·이상 7개)를 4개차로 따돌리고 홈런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홈런타자들인 김재환(두산) 나성범(KIA·이상 5개) 최정(SSG·3개) 등과 견주면 그야말로 올시즌 박병호의 홈런포는 '회춘'을 맞은 듯 하다.

뿐만 아니라 타격도 덩달아 살아나기 시작해 타율 28위(114타수 32안타, 타율 0.281), 타점 2위(30타점), 장타율 4위(0.605)에 올라있다.

이 덕분에 시즌 초반 주력타자인 강백호와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태에서 박병호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홈런왕을 말하기는 아직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박병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통산 5번째 홈런왕에 올랐던 2019년 33개 홈런도 훌쩍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연 박병호가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까?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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