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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노트] 배구 코트 폭력의 데자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2021-02-16 16:55

흥국생명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자료사진]
흥국생명 이다영(왼쪽)과 이재영 자매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세월을 건너 뛴 폭력의 데자뷔였다.

이재영-이다영(25· 흥국생명)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학폭)’ 사태가 그의 어머니까지 번졌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15일 지난해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하는데 기여한 이재영과 이다영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했다. 이어 협회는 어머니인 김경희씨에게 지난 해 수여한 ‘장한 어머니 상’을 취소키로 결정했다.

이번 학폭사태서 둘은 가해자였다. 둘에게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주장이 지난 10일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왔다. 피해자는 “둘이 중학교 때인 10년전의 일이라 잊으려 했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모르고 사는 것 같다”며 21개 사항에 걸친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폭행 내용은 협박, 상습 폭행, 얼차려 등이 들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쌍둥이 자매는 폭로 글이 올라오자 “지난 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자매의 배구계 퇴출을 요구하는 청원대 국민청원이 줄을 이었고 구단에 징계 요구가 빗발쳤다. 흥국생명은 둘의 무기한 출전 정기 처분을 내렸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태는 어머니 김경희(55)씨가 선수시절 겪은 집단 체벌 논란을 재조명시켰다. 국가대표 출신 배구 세터 출신인 김씨의 과거 선수 시절 소속팀에서 집단 체벌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었다. 김씨가 실업팀 효성여자배구단에서 뛰고 있던 1992년 1월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대통령배 전국남녀배구 1차 대회에서 효성 소속 선수들이 모두 허벅지에 시퍼렇게 멍이 든 채 경기에 출전했다. 선수들은 이틀 전 열린 후지필름과의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숙소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단체 기합을 받고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효성팀 주장을 맡았던 김씨만 멍자국이 없어 체벌에 함께 가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효성 집단 체벌 사건이 터질 당시만 해도 여자배구에는 체벌이 상습적으로 자행됐었다. 합숙소 생활을 통해 선후배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해 코칭스태프나 고참들을 중심으로 훈련 태만, 정신력 부족 등을 이유로 들어 소속 선수들에게 체벌을 자주 가해던 것이다.

한국여자배구의 체벌 문화는 일찍이 근성을 강조하는 일본 여자배구의 스파르트식 관리방법에서 영향을 받았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일본 여자배구로부터 기술과 훈련방법 등을 배운 한국여자배구는 ‘매질’을 당연시 했던 일본의 나쁜 훈련방식도 받아들였다. 일본 실업배구팀 이토요카토의 경우 감독이 기자들 보는 앞에서 선수들의 빰을 때릴 정도로 선수들을 혹독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포츠에서의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폭력은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가장 비인간적인 방법이다. 이번 학폭 사태가 앞으로 스포츠에서 폭력 문제를 뿌리 뽑는 데 소중한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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