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예 일부에서는 “프로야구 4군까지 만들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육성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4군’은 프로구단 스스로 퓨쳐스리그 산하에 또 다른 리그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고양 원더스와 같은 독립리그단 창단을 통하여 자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4군 리그(메이저리그의 싱글 A 수준) 형성 여부는 굳이 프로에서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 그 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데려가는 조건으로 프로와 독립리그 사이에 일종의 ‘조인식’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저변’의 확대라는 것은 이렇게 역사가 있어야 한다.
두 명의 유망주, 이태양-이수민 이야기
김응룡 감독으로부터 ‘우리 팀의 에이스’라고 칭송받는 이태양도 사실 한때는 ‘잘 나갈 때’가 있었다. 바로 순천 효천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당시 그를 지도했던 서창기 효천고 감독은 “하드웨어와 잠재력만 놓고 보았을 때 2010년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 중 단연 최고다.”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었다. 물론 당시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은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정락(LG)이나 김정훈(넥센), 심동섭(KIA) 등에 집중됐지만, 서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드래프트 현장에서 증명됐다. 5라운드에서 한화가 그를 지명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팀 동료였던 ‘최장신 투수’ 장민익(두산)이 아직 마운드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을 때 실질적인 에이스로 모교를 이끌었던 것에 높은 점수를 받았던 셈이었다.
입단 이후 줄곧 2군 무대를 전전했을 때만 해도 이태양은 ‘그저 그런 유망주’로 평가받는 듯 싶었다. 실제로 그가 1군 데뷔전을 치른 것은 입단한 지 1년이 지난 2012년이 되어서였다. 그것도 단 한 경기에서 2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다시 2군을 전전했던 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중간계투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31경기 무승 3패, 평균자책점 6.23이 당시 이태양에게 주어진 성적표였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벌써 56이닝을 소화하면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화 선발 마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 규정 이닝을 채울 경우 단숨에 평균자책점 9위에 랭크될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가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이 올려진다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반면 이수민은 다소 급하게 1군 엔트리에 오르게 된 케이스다. 장원삼의 부상으로 선발진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지자 류 감독이 2군 보고서를 받은 끝에 그를 콜업했기 때문이었다. 고교 시절 ‘고무팔’로 불리면서 이렇다 할 부상 없이 투구를 했던 그였지만, 대체로 많은 이들은 ‘올 시즌 이수민을 보는 것은 힘들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만큼 이수민에게는 의외로 빨리 기회가 찾아 온 셈이다.
이수민은 고교 시절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대구고와의 주말리그에서 26개의 탈삼진을 솎아낸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삼성 스카우트 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좌완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최고 144km의 속구를 기록한 것도 충분히 어필이 됐다. 다만,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팔에 잠시 이상이 생기면서 시즌 초반 재활군에 머무른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그러나 이후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하면서 퓨쳐스리그 8경기에 나와 2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을 마크했다.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탈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거의 1.5:1(탈삼진 37개, 사사구 27개)에 이를 만큼 안정된 제구력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그의 호투가 1군에서도 이어질 경우, 장원삼의 복귀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류중일 감독인 셈이다.
이태양과 이수민. 물론 둘은 아직 10년 이상 한국프로야구를 빛내야 할 유망주이고, 그렇기에 ‘완성형’이라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나 둘의 1군 합류는 ‘어린 선수들의 육성 방법’에 대해 타 구단이 참고하기에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결국 이러한 선수들이 ‘미래의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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