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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프로-학생야구 위기론, 어디서부터 시작됐나?

만연되어 있는 현장의 문제, ‘행정부터 고쳐야’

2014-06-14 16:03

▲그라운드에서땀을흘리는어린선수들을위해서라도'어른'들이정신을차려야한다.사진│김현희기자
▲그라운드에서땀을흘리는어린선수들을위해서라도'어른'들이정신을차려야한다.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이제 프로야구에서 한 팀이 두 자릿수 점수를 내는 것은 일상이 됐다. 마무리 투수가 확실하게 뒷문을 걸어 잠그지 못하는가 하면, 때로는 프로답지 못한 플레이로 경기 내용 자체에 대한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말한다. 10번째 구단이 탄생한 지금이 ‘프로야구의 위기’라고. 지금과 같은 경기 내용이 지속될 경우, 2000년대 초반에 불어 닥친 ‘프로야구 관중 감소 현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제대회 호성적을 바탕으로 신생 구단 창단 등 기껏 프로야구 붐을 일으킨 현 시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은 분명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프로야구의 위기가 아마야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특히, 프로를 경험했던 은퇴 선수들이 주요 아마야구 감독직을 맡으면서 ‘기본기를 뒤로 한 채 잔재주만을 가르치는’, 이른바 ‘이기는 야구’만을 강조하다 보니 선수 전체에 대한 육성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프로 2군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모 코치는 “이 친구들(신인)을 어떻게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 1군에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마야구 일선에 있는 지도자들만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감독/코치 모두 ‘계약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것보다 당장 눈앞의 ‘1승’이 자신의 지도자 생활을 연장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연되어 있는 현장의 문제, ‘행정부터 고쳐야’

결국, 학교마다 운동부 지도자들에게 정교사(정규직)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프로가 아닌 이상, 학생야구에서는 지도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법이다. 이는 문화체육부를 포함하여 대한야구협회가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각 기관의 장(長)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마야구의 대표격’인 대한야구협회는 이렇게 산재한 학생야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듯하다. 특히, 국회 윤리심사 자문위원회가 ‘국회의원의 체육관련 단체장 겸직’을 금하는 권고사항을 현직 체육단체 협회장들에게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한야구협회도 집행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협회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한미 대학야구 친선 교류전’에 파견될 국가대표 구성에도 큰 잡음이 일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엉뚱하게도 정식 자격을 갖추지 않은, 대한야구협회의 준회원 격인 ‘대학야구연맹’이 있었다. 취재 결과, 해당 단체는 각 대학 감독들이 대학 야구의 활성화를 위해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연맹의 성격을 띠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번 한미 대학야구 교류전 대표팀을 선발하는 과정까지 개입하면서 문제가 됐다. 학교 예산이 편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연맹은 각 대학으로 ‘가입비를 납입하라.’라는 공문을 세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고, 당연히 ‘대한야구협회’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고 보는 일부 학교들은 납입을 거부했다. 이에 연맹을 중심으로 회비를 납입한 학교들에 한정하여 대표 선수들을 선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를 인지한 대한야구협회도 ‘해당 팀을 국가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대학야구연맹을 주축으로 한 대표팀 구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연맹이 정부(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2억 원의 국고 보조를 받았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충당된 국고 보조금이 전국의 대학 야구부가 아닌, 일부 대학 선수들을 위해 쓰이는 셈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대학야구연맹을 중심으로 각종 대회가 치러진다는 사실이다. 지금과 같이 협회가 아닌 연맹이 주축이 될 경우, 대학당 1천만 원 상당의 경비가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학교가 몇이나 되겠느냐를 생각해 봐야 한다. 연맹이라는 성격 자체가 대학에서 거둬들이는 회비로 운영되는 ‘자치 단체’이기 때문이다. 대학 야구의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연맹이 이제는 오히려 ‘대학야구의 분열’을 일으킨 셈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프로 스카우트는 “차라리 해체하는 것이 답이다.”라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프로야구의 위기=아마야구의 위기=근본적인 문제 해결 필요’라는 삼각 등식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행정문제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대학야구연맹의 존속 여부 결정과 대한야구협회장을 필두로 한 집행부의 재구성 등은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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