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근성의 야구를 보여주는 주인공, 코치 차정환 이야기

프로 입단의 꿈, 후배들 통해 대신 이뤄내며 '지도자 성공시대' 이끌어

2014-05-29 23:56

▲김민호롯데코치-박태호영남대감독과함께한차정환코치(사진우).사진│김현희기자
▲김민호롯데코치-박태호영남대감독과함께한차정환코치(사진우).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누군가는 이야기했다. 은퇴를 했거나 이를 코앞에 둔 선수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현실’이라고. 젊은 선수들의 강속구나 담장 밖으로 넘기는 파괴력에 주눅 드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당장 다가올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은 노장들이 갖는 기장 현실적인 문제다. 그나마 오랜 기간 현역 생활을 지속해 왔던 이들이 은퇴하면, 지도자 혹은 프런트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1년에도 100명이 넘는 이들이 프로 1군 진입을 위해 노력해도 야구를 중도에 그만 두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렇게 야구를 그만둔 이들이 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에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 ‘아름다운 성공 스토리’도 있는 법이다.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타격과 주루를 지도하는 차정환 코치(34)도 그 중 한 명이다.

프로선수 출신들이 대부분인 아마야구 지도자 그룹에서 차 코치의 존재는 다소 특별하다. 누구나 한 번 경험해 보았을 법한 프로 입단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만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요즘 보기 드문 ‘순수 아마야구 출신’ 지도자인 셈이다. 하지만, 프로 입단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가 야구에 재능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하나를 알려 주면 둘, 셋을 응용하려고 노력했다. 어찌 보면 야구를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는 근성을 바탕으로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하지만, 하늘은 그에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주었어도 프로에 입문할 만한 ‘천부적인 재능’까지 부여하지는 않았다. 당시를 떠올린 차정환은 “어려운 집안 사정을 생각하여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최병욱, 권희동, 김민수의 스승, ‘차돌’ 차정환 코치 이야기

하지만, 그는 고교 시절의 성실함을 인정받아 영남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의 근성을 감안해 보았을 때 4년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프로 입문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예상대로 그는 대학 진학과 동시에 경기는 경기대로 참가하면서 학업도 소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학 진학과 함께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야구보다는 지도자로서 더 좋은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학부 졸업과 함께 배트를 손에서 놓으며, 아예 대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학원 시절, 가장 학생다운 모습을 보낸 차정환은 ‘고등학교 및 대학교 야구선수의 코치 리더십 선호도 분석’이라는 제목의 석사 논문을 내면서 가장 완벽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노작의 결정체를 완성했다. 현직 아마야구 지도자들 중에서도 차 코치와 같은 석사 학위를 지나고 있는 이는 드문 편이다.


대학원 졸업 이후 모교 대구고에서 보조 코치를 시작으로 경주고 타격 코치를 역임한 그는 다시 모교로 돌아와 야구 코치와 체육 교사직을 병행했다. 대학원 시절 땄던 교원 자격증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이후 김민호 감독의 부름을 받고 부산고에 부임한 그는 팀의 화랑대기 우승과 청룡기 4강을 이끌며 지도자로서 정점을 맛보기도 했다. 은사인 박태호 감독을 따라 영남대 지도자로 부임하기 전까지 그는 부산고에서 타격과 수비를 지도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키워 낸 프로선수들도 꽤 많은 편이다. 지난해와 올해, NC의 하위 타선에서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권희동을 포함하여 두산의 최병욱이 경주고 시절 차 코치의 지도를 받았고, LG 포수 김창혁과 KT 포수 안중열, 한화 포수 김민수 등도 차정환 코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본인이 이루지 못했던 ‘프로 선수의 꿈’을 제자들을 통하여 비로소 이룬 셈이었다.

올해도 그는 영남대 재원들 중 한 명이라도 더 프로로 보내기 위해 ‘차돌’과 같은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난다. ‘근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야구 DNA가 후배들에게 전수되는 한, 영남대 선수들 전원이 프로 입문을 떠나 ‘내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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