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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後(후)] ‘소리 없는 꾸준함’, LG 김일경의 은퇴

소리 없이 제 몫을 다 했던 백업 요원, '프런트'로 제2의 인생 준비

2013-11-12 23:28

▲넥센시절,홀로스윙연습을했던김일경.사진│김현희기자
▲넥센시절,홀로스윙연습을했던김일경.사진│김현희기자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오프시즌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단의 이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자유계약시장을 통하여 거액을 받은 스타 선수가 구단을 옮길 수도 있고, 트레이드나 ‘룰5 드래프트’ 등을 통하여 유니폼을 바꿔 입는 경우의 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방출 후 신고 선수의 형태로 타 구단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다. 넥센의 서건창도 이러한 방법으로 재입단에 성공하여 신인왕까지 받은 바 있다. 그래서 어떠한 선수가 어느 구단에서 활약하느냐의 여부도 이제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이렇게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 구단별로 ‘남겨진 자’가 있는 반면, ‘떠나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이는 선수 생활의 연장 여부와는 관계없다. 정든 구단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출발’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도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은퇴’를 선언하는 이도 있다. LG의 최동수(42)와 SK 박경완(41)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 모두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각자의 길로 들어섰고, 이 중 박경완은 은퇴 직후 2군 감독으로 바로 선임되면서 본격적인 지도자 경력 쌓기에 들어갔다.

‘소리 없는 꾸준함’, LG 김일경의 은퇴

앞서 언급되었던 두 사람 외에도 백업 요원으로 말없이, 오랜 기간 자기 자리를 지켰던 이도 지난 12일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내야수 김일경(35)이 그 주인공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심지어는 은퇴 의사를 전달받은 김기태 감독이 ‘현역 생활에 대한 재고’를 요청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를 감안해 보았을 때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3~4년 정도 현역 생활을 연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비교적 조용하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의 동년배들 중 일부가 아직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다소 안타까운 선택이기도 했다. 특히, 백업 요원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켰던 그의 존재를 생각한다면 야구팬들보다 현장의 코칭스태프가 더 아쉬움을 표했을 법했다. 이른바 ‘작전 수행 능력’이 빼어나고 ‘수비력’이 좋은 노장일수록 경기 후반부에 안정감을 더할 수 있는 법이다. 2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도 LG가 유독 다른 이들을 뒤로하고 김일경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김일경은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제 몫을 다 했던’ 선수 중 하나였다. 일례로 그가 넥센에 몸담았던 2009년, 시즌 한때 3할을 넘나들던 그의 타율이 2할 7푼 대까지 떨어지자 그는 다른 선수들이 퇴근한 틈을 타 ‘조명이 꺼진’ 목동구장 그라운드에서 홀로 스윙 연습을 시행한 바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 그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그라운드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눌렀던 필자를 향하여 정작 김일경 본인은 “내가 부족해서 그 점을 보완하려고 스스로 연습할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그 해, 그는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많은 68개의 안타를 기록했다.

사실 그는 고교시절까지만 해도 ‘거포’에 가까웠던 유망주였다. 그의 고교 시절을 지켜봤다는 한 야구팬은 “백인천 이후 경동고가 낳은 최고의 장타자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프로 입단 이후에는 고교시절과 같은 장타는 보여 주지 못했지만, 통산 타율 0.246, 386안타, 18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면서 백업 요원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는 것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제 그는 ‘프런트’라는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백업 요원으로 더그아웃에서 많은 경기를 지켜본 만큼, ‘프런트’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리 없는 꾸준함’을 몸소 보여주었던 김일경의 앞날에 행운을 기원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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