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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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메인스폰서 재계약, 그리고 故 이화수 대리

메인스폰서 없이 구단 운영될 때 끝까지 자리 지켜

2013-09-24 23:48

▲세번째로메인스폰서계약을맺은(주)넥센타이어와히어로즈구단.사진│넥센히어로즈
▲세번째로메인스폰서계약을맺은(주)넥센타이어와히어로즈구단.사진│넥센히어로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현대 유니콘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가을잔치 진출의 꿈이 점점 무르익어 오르는 넥센 히어로즈에 또 다른 희소식이 전달됐다. 지난 23일, 기존 메인스폰서인 ‘넥센 타이어’와 세 번째로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로써 넥센은 지원 규모를 떠나 2015년까지 안정된 구단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금전적인 독립’을 이루어내면서 기존 구단에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 또한 가벼이 볼 수 없다.

물론 넥센도 상당히 어려울 때가 있었다. 초창기 메인 스폰서로 ‘우리담배’가 선정되면서 기존 선수들을 잘 추스르는 듯싶었지만, 그들은 1년도 되지 않아 스스로 지원을 철회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러는 한편, 2009년에는 ‘히어로즈’라는 구단 명칭으로 서브 스폰서들의 지원에 힘입어 간간이 운영되어 오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선수단을 비롯한 단장 이하 프런트 직원들은 군소리 없이 경기장에 나타나며, 언젠가 등장할 ‘메인 스폰서’의 존재를 기다리곤 했다. 그 중 하나가 넥센 히어로즈 홍보팀의 故 이화수 대리다.

메인스폰서 재계약, 그리고 이화수 대리

이 대리는 ‘넥센 홍보팀의 스마일 맨’이다. 취재진이 목동 구장 기자석에 들어오기도 전에 먼저 기자실에 서서 특유의 어조로 “어서옵시옵소서!”라고 인사하며 보는 이들의 기분을 상쾌하게 했던 이였다. 또한,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와 취재진의 가교 역할을 했음은 물론, 선수단과 스스럼없이 지냈던 그라운드의 조연배우였다. 그를 만나는 이들마다 절로 웃음이 난다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또한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자리라면, 규모에 관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그는 “설령 작은 행사라도 히어로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마땅히 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참석한 것일 뿐입니다. 이런 일로 주목받는다는 것도 사실 부끄럽습니다.”라며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런 점에 있어서 그는 진정 프로였다.

그랬던 그에게 ‘병가’ 소식이 전달된 것은 2009년 시즌 직후였다. 결혼과 함께 이듬해 시즌도 ‘밝은 모습’으로 만날 것을 다짐했기에, 다른 이들도 그가 빨리 복귀하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병가를 낼 때부터 그는 이미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하지만, 그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성치 않은 몸으로 병원 TV에 의지하여 넥센 경기를 꼼꼼히 시청하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그가 약속했던 ‘6월 내 복귀’도 불가능해 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6월 중순이 되도록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복귀 시점이 다소 늦어진다고 생각될 무렵, 비보가 전달됐다. 그가 6월 25일 저녁 9시를 기하여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입원 중에도 소속 구단의 ‘메인 스폰서 체결’ 소식에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이였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그리고 그가 별세한 지 3년이 넘어가는 지금, 넥센의 세 번째 메인 스폰서 계약 체결 소식은 그의 얼굴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지금도 목동에 가면, “어서옵시옵소서”라고 이야기하는, 이 대리 특유의 인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김기영 홍보팀장 역시 보도 자료를 배포할 때마다 이 대리의 이름을 넣으면서 “(이)화수의 이름을 뺄 수 없었다.”라고 말하며 끝까지 그를 기리기도 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넥센 히어로즈의 보도자료에는 여전히 이 대리의 이름이 아련히 아로새겨져 있다.

팀이 가장 어려울 때 팀을 지키면서도 정작 잘 풀릴 때 세상을 떠나간 故 이화수 대리. 메인 스폰서 연장 계약 소식을 접하기 전에, 넥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구단을 위해 헌신했던 한 명의 홍보팀 직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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