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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서울 연고 최장수 구단’, LG의 ‘반전 스토리’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가장 좋은 모습' 보여줘

2013-09-22 23:36

▲LG의가장최근우승은1994년으로무려19년전이야기다.사진│LG트윈스
▲LG의가장최근우승은1994년으로무려19년전이야기다.사진│LG트윈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LG 트윈스가 2002년 이후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는 사실은 세삼 ‘그라운드의 반전’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해 준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LG를 4강 후보가 아닌, ‘중/하위권’으로 분류해 놓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LG가 올 시즌 가장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마침내 지난 22일 경기를 끝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반전’으로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을 꼽아도 좋을 정도다.

사실 LG는 출범 이후 ‘반전 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던 구단이었다. 이는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기존 구단 중 선수 자원이 가장 많다는 서울을 연고지로 했음에도 불구,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것은 1983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오죽하면 ‘야구를 하는 선수보다 훈수를 두는 사공들이 더 많았다.’라는 비아냥이 들려 올 정도였다. 같은 연고지를 쓰는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가 박철순을 앞세워 프로 원년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서울 연고 최장수 구단’의 ‘반전 스토리’

사령탑의 잦은 교체와 사공이 많아 빈번히 원하는 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사연 많은 구단’ MBC는 1990년을 기점으로 ‘럭키금성(LG 그룹 전신)’에 인수됐다. 물론 당시까지만 해도 주인과 구단 명칭(LG 트윈스)만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구단 인수 첫 해에 곧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가장 큰 반전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1989년 MBC 청룡은 그 해에 120경기를 치르면서 단 49승(67패 4무)만을 거두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었던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승팀의 저력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우승 이후 2년간 다시 하위권을 전전하며 사령탑이 교체되는 불운을 맛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라는 속설이 LG에게는 단 1년도 유효하지 못했던 셈이었다. 그러던 1993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시작으로 서서히 힘을 내던 LG는 이듬해 다시 우승기를 찾아오며, 또 다른 반전을 만들어냈다. 신인 트로이카(유지현-김재현-서용빈)와 베테랑(한대화, 노찬엽, 최훈재)의 조화가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체제는 1990년대 명문 구단 LG를 만드는 근간이 됐다.


LG가 가장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2년 역시 ‘반전의 연속’이었다. 5위 두산과 치열한 4위 싸움을 펼친 끝에 ‘턱걸이’로 가을 잔치에 올랐던 것도 잠시,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플레이오프에서 KIA를 차례로 꺾으며 한국시리즈에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LG 마운드에서 꾸준하게 선발 자리를 지켜 준 이는 외국인 투수 만자니오 정도였고, 타선도 ‘신인’ 박용택과 베테랑 이병규 외에는 크게 기대할 만한 선수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최동수가 포스트시즌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고, ‘돌아온 야생마’ 이상훈이 뒷문을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 LG가 지닌 무기라면 무기였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성근 감독이 이러한 팀을 이끌고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던 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이렇게 LG는 여러 차례 반전의 역사를 써 내려갔지만, 2002년 이후 10년 동안 이상할 만큼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동안 바뀐 사령탑만 해도 무려 5명(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대행, 김재박, 박종훈)에 이를 정도였다. 선수 본연의 문제보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구단 본연의 문제가 훨씬 큰 결과였다. 그동안 LG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한 구단’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LG는 2002년 이후 최고의 반전을 이루어냈고, 1994년 이후 무려 19년 만에 정규시즌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총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두 번 모두 정규시즌 1위를 기록했다. 만약에 시즌 종료 후 그들의 순위가 가장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큰 ‘반전 스토리’로 남을 수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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