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기본'을 잠시 잊은 SK, '남은 일정 어떡하나'

믿었던 '수비'에서 무너지며, 17일 LG전서 '1승 헌납'

2013-09-18 02:31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다음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당신은 현재 한 팀을 응원하고 있다. 그 팀은 특별히 빼어난 스타 플레이어가 없고, 국가대표팀에 선발됐던 선수들의 숫자도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팀은 최근 6년간 세 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타 팀들의 ‘경계 대상 1호’가 됐다. 스타 플레이어의 숫자는 우승 횟수와 비례하지 않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가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팀에 문제가 발생했다. 구단에서 시즌 도중 갑자기 사령탑을 교체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이 팀은 또 다시 한국 시리즈에 오르며 사령탑 교체에 따른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고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감독 대행’ 역할을 맡았던 이는 이듬해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하여, 구단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속팀을 또 다시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 정도 사실만 놓고 보면, 사령탑 교체 유무와 관계없이 꾸준히 성적을 내는 이 팀의 ‘기초/기본’은 매우 훌륭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무기를 잃어버린 SK의 미래는 어디로?

앞서 가정했던 상황은 사실 ‘현실’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SK 와이번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김광현, 정근우, 최정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던 SK의 모습은 1990년대 뉴욕 양키스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당시의 양키스도 버니 윌리엄스나 폴 오닐 정도를 제외하면 타선에서 ‘스타’라 불리는 선수는 없었지만 특유의 팀 배팅으로 여러 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었다.

SK를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은 바로 ‘혹독한 훈련’에 있었다. 당시 SK 왕조를 일으켰던 김성근 감독 스스로 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어떤 선수보다 늦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있었다. ‘감독은 엄격한 아버지’라는 신조 아래, 될 때까지 선수들을 이끌었다. 현재 SK의 간판으로 자리 잡은 최정 역시 이 과정을 거쳐 ‘국가대표 3루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훈련의 효과는 바로 경기에서 나타났다. 타력도 타력이었지만, 무엇보다 수비에서 에러가 줄어들면서 투수들이 마운드에 마음 편히 던질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졌다. SK가 ‘지키는 야구’를 표방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수비’라는 전제 조건이 있기에 가능했다. 프로 구단 중에서 가장 기본이 잘되어 있다는 사실은 SK에게 ‘무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17일 경기에서 SK는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안타로는 기록이 됐으나, 수비 실책을 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7회 초 수비에서는 LG 이진영의 빗맞은 타구를 유격수 나주환이 놓치면서 동점을 허용했고, 만루 상황서 이병규(등번호 9번)가 좌중간 큰 타구를 날리자 좌익수 박재상이 이를 또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계속된 만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이재영은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아예 쐐기점까지 헌납했다. 3-2로 마감될 수 있었던 상황이 그대로 5-3 역전이 됐다. 이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전혀 SK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SK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것은 4위 두산과의 게임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 날 두산도 삼성에게 3-4로 패했는데, 만약 SK가 LG를 잡았다면 두 팀 간의 경기 차이는 줄어들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 스스로 1승을 헌납한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SK 스스로 자랑거리로 여겨 왔던 수비력이 이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무기를 잃어버린 현 시점에서 향후 남은 경기 일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도 SK가 지닌 커다란 숙제인 셈이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