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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꾸준했던 포수’, 한화 신경현의 은퇴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꾸준히 모습 드러내며 '한화 안방 지킴이'로 거듭나

2013-09-14 23:00

▲지난14일은퇴식을통하여현역생활을마감한신경현.사진│한화이글스
▲지난14일은퇴식을통하여현역생활을마감한신경현.사진│한화이글스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2003년에 ‘명예의 전당’에 오른 게리 카터와 에디 머레이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홈런왕이나 타율 1위 같은 개인 타이틀 획득에는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소리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친 끝에 야구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셈이다. 이러한 선수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야구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 입장에서는 ‘화려하지 않아도 꾸준히 제 몫을 다 하면서 작전 수행 능력이 빼어난 선수’를 선호하게 된다.

국내에도 이러한 선수들이 많이 있다. 팀에서 4번을 치거나 개인 타이틀을 획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도 유독 각 팀 사령탑들에 좋은 평가를 받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선수들의 공통점은 ‘화려하지 않아도 롱런을 많이 한다.’라는 점이다. LG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이종열 코치 역시 현역 시절, 빼어난 타격 실력을 선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수비와 주루, 그리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주는 노장 류택현(LG) 역시 그러한 선수다.

‘꾸준했던 포수’, 한화 신경현의 은퇴

이러한 사실을 두루 살펴 보았을 때 신경현(한화) 역시 ‘꾸준히 제 몫을 했던 선수’로 봐야 한다. 비록 1군 타격 기록은 2012년에 멈춰서 있지만, 한화의 좋지 않았던 안방 사정을 감안해 보았을 때 그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친 이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화의 안방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을 남긴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래서 지난 14일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신경현은 ‘공식 은퇴식’으로 홈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대전 야구팬들은 기립 박수로 그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한화 선수들은 ‘갈 길 바쁜 삼성’의 발목을 잡는 데 성공하면서 4-3 역전을 이끌어냈다. ‘선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후배’들이 멋지게 장식해 준 셈이었다.

군산상고-동국대를 거쳐 1998년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한화에 1순위 지명을 받은 신경현은 데뷔 이후 지금까지 오직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이였다. 군산상고 시절부터 타격에 빼어난 재주를 선보이며 ‘공격형 포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한때 ‘군산 야구 천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한, 입단 이후에는 류현진을 비롯하여 후배 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는 과정에서 베테랑 포수로서 투수리그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였다.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는 ‘화려한 타격 실력’과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05년에 타율 0.277, 89안타를 기록했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신경현은 총 8시즌 동안 821경기에 출전했는데, 이를 산술적으로 따져 보면 ‘년 평균 102.6경기 출장’이라는 통계가 나온다. 다른 사실을 뒤로하더라도 ‘포수 장비를 갖춘 이’가 년 평균 100경기 이상 출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쳐 줄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기간 동안 신경현만큼 많은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쓴 한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올해에는 한화의 그 어떠한 포수도 1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한화 포수 중 정범모가 가장 많은 73경기에 투입됐다).

1998년 데뷔 이후 올해까지 총 14시즌 동안 신경현은 총 976경기에 출장하여 통산 타율 0.252(2359타수 595안타), 31홈런, 224타점, 795루타를 기록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 그에게 향후 펼쳐질 ‘새로운 야구 인생’도 멋지게 개척해 나가길 기원한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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