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뜨거운 팀 중 하나를 고르라면 KIA 타이거즈다. 시즌 초반, 한때 선두를 달리면서 ‘세대교체 효과’를 누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현재 7위까지 떨어져 있다. 안타까운 점은 KIA 스스로 자신들이 가진 전력의 100%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부처님’은 KIA 팬, ‘미워도 다시 한 번’
공교롭게도 KIA는 연패의 길목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기세를 선보인다는 LG를 만났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했다. 리그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을 만난 것은 분명 위기였으나, 이를 극복할 경우 얼마든지 다시 4강권을 넘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KIA는 ‘불운’에 빠져야 했다. 17일 경기에서는 선전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18일 경기에서는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헌납하는 등 시종 일관 경기를 어렵게 풀어야 했다.
다행히 8회 말 공격서 팀 타선이 터지며 어렵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같은 날 경기에서 6위 SK도 두산에 영봉승을 거두었기 때문에 양 팀간의 게임 차이는 그대로 3경기를 유지하게 됐다. 일단, ‘연패를 꼭 끊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선동열 감독 입장에서는 이번 1승으로 주중 3일 휴식 동안 전력을 재편할 수 있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닐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군산 야구장을 찾은 KIA팬들의 모습이었다. 팀이 1-4로 뒤질 때까지만 해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던 것도 잠시, 8회 말 공격서 KIA가 역전에 성공하자 뛸 듯이 기뻐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마무리 윤석민이 세이브에 성공하며 팀 승리를 지켜내자 ‘오랜만에 거둔 승리’에 대부분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그만큼 18일 경기는 ‘연패를 끊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한판 대결이었다.
사실 ‘프로야구’는 팬들의 절대적인 성원이 전제되어야 구단 운영이 의미 있는 공간이다. 700만 관중 등 ‘야구 붐’을 일으키는 힘도 바로 팬에게 있다. 그래서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대전/청주 등을 전전하는 야구팬들에 대해 한화 김응룡 감독은 “팬 여러분이 진정한 부처님”이라며, 팀 성적에 대한 미안함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KIA 역시 마찬가지. 팀이 연패에 빠지고, 순위 역시 7위까지 추락했음에도 불구, 지역사회 팬들은 여전히 야구장을 찾는다. 언젠가 ‘V10’을 이루었던 2009년의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익명을 요청한 한 KIA팬은 “10년 이상 응원했던 팀이다. 잘하건 못 하건 간에 나는 오늘도 KIA를 응원한다.”라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기도 했다. ‘최고의 부처님은 바로 야구 팬’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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