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좌충우돌', 벤치 클리어링을 바라보는 관점

김진우-박한이처럼 투수-타자간 생각의 차이에서 발생

2013-07-31 02:05

▲지난30일경기에서벤치클리어링을일으킨삼성과KIA.사진│KIA타이거즈
▲지난30일경기에서벤치클리어링을일으킨삼성과KIA.사진│KIA타이거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30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는 삼성 라이온스와 KIA 타이거즈가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으로서는 2위 LG가 휴식기에 들어선 틈을 타 선두 굳히기에 쐐기를 박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KIA는 4위 탈환을 위하여 삼성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양 팀 모두 나름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삼성의 8-5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삼성은 2위 LG와의 승차를 3게임으로 벌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5위 롯데와의 승차를 줄이지 못한 KIA는 삼성과의 나머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 해도 5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양 팀의 ‘속 깊은’ 사정 때문이었을까. 이 날 경기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면서 또 다른 ‘뉴스거리’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삼성이 5-2로 앞선 4회 초 투 아웃에서 박한이를 맞이한 김진우는 초구를 던지는 과정에서 박한이의 엉덩이 뒤쪽으로 흐르는 공을 던졌다.

물론 이는 의도된 상황이 아니었다. 던지는 과정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 보아도 김진우의 손가락이 미끄러지면서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고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들어온 공이었던 만큼, 잘못했다가는 박한이의 엉덩이에 맞을 수 있었다. 마치 양 팀의 양보 없는 한판 대결에 대한 양상을 대변해 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의식한 듯, 양 팀 선수들은 짧은 시간 내에, ‘상식적인 선’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마무리하며 경기를 속개했다.

‘좌충우돌 여러 가지 사연’, 벤치 클리어링

이렇듯 벤치 클리어링은 투수와 타자간의 ‘견해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 투수는 고의가 아니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타자 입장에서는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치를 비워 놓은 채로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이 짧은 시간 내에 이를 마무리하는 것도 ‘서로의 생각’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벤치 클리어링도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괜찮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벤치 클리어링도 오해가 깊어지면, 쉽게 마무리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한 번 벤치를 비웠던 이들이 재차 그라운드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또한, 그 상대가 학교 선/후배 사이라면 ‘오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예 ‘주먹 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6월에는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서 LA 다저스의 맥과이어 코치가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자 상대 감독과 선수들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했다는 뉴스가 전달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호세’는 큰 몸집을 바탕으로 벤치 클리어링에도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경기 이후에도 뒤늦게나마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경기 중 풀리지 않은 오해로 인하여 특정 선수가 퇴장하지 않은 채 그대로 루상에 머물러 해당 선수를 기다릴 경우에 발생한다. 이는 국내에서도 발생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해 7월, 두산과 KIA가 맞대결을 펼쳤던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사소한 오해’로 시작됐던 신일고 선/후배, 나지완과 김현수의 다툼이 그러했다. 이 때문에 양 팀은 경기가 종료되어도 좀처럼 경기장을 떠날 줄 몰랐고, 이후 서로 오해를 풀기 위한 제스처가 나타나면서 한동안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벤치 클리어링도 팀의 좋은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고자 ‘전략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 개인별로 감정싸움을 오래 하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난투극’으로 번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벤치 클리어링은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ugenephi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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