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가운데, 연고지 우선지명을 받은 선수들의 선전이 유독 눈에 띄고 있다. 이 중에는 이미 전반기 왕중왕전을 겸한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지만, 지명 이후 일반 야구팬들 앞에 나타난 것은 이번 청룡기 무대가 처음이었다. 이에 자신의 연고팀을 응원하는 일부 야구팬들은 목동야구장에 나타나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미리 만나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닥터 K 본능’, 제주고 임지섭에서부터 효천고 차명진까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경북고 에이스 박세웅이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던 박세웅은 이번 2014 연고지 신인 우선지명에서 KT 위즈의 선택을 받으며 주기를 올린 바 있다. 인창고의 1회전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나와서는 4이닝 동안 4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첫 승을 신고하기도 했다. 빠른 볼 최고 구속은 145km를 기록했고,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 또한 나쁘지 않았다. 비록 팀은 2회전에서 북일고에 패하며 대회를 마쳐야 했지만, 그것이 박세웅의 가치를 떨어뜨린 정도는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박세웅의 경북고를 2회전에서 무너뜨린 팀이 바로 북일고였다. 그리고 북일고에는 역시 KT의 우선지명을 받은 에이스 유희운이 있었다. 추후 한솥밥을 먹게 될 이들이 먼저 적이 되어 만난 셈이었다. 그리고 박세웅을 상대한 유희운은 9이닝 5피안타(5실점) 완투로 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1학년 때부터 빠른 볼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를 상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꽤 많은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이기도 했다. 지난해 재활치료를 잘 마친 이후 올해 가장 무서운 투수 중 하나로 성장했다.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소화할 줄 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이후에도 동산고 에이스 이건욱이 세광고를 상대로 8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기세를 올렸다. 올 시즌 연고지 우선지명에서 SK의 선택을 받았던 그는 한때 일본 유학설까지 나돌 만큼 적지 않은 뉴스거리를 만들어 낸 바 있다. 지난해 2학년의 몸으로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 호투했던 장면이 그대로 국제무대에 전달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고팀의 배려로 인하여 이변이 없는 한 국내무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학교 선배이기도 한 류현진(LA 다저스)의 배짱을 닮았다는 점을 주목해 봐야 한다.
앞선 경기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은 효천고 차명진이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청룡기 최다 우승팀 경남고를 1회전에서 물리쳤다. 이미 지난해부터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0km를 상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스카우트 팀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고교야구에서 보기 드문,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질 줄 안다는 점만 잘 살려도 당장 내년부터 KIA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준수한 외모를 바탕으로 야구 실력까지 배가 될 경우 단기간 내에 ‘올스타’가 되는 일도 꿈이 아닐 것이다.
한편, LG 트윈스의 연고지 우선 지명을 받은 제주고 좌완 임지섭은 울산공고를 상대로 147km의 빠른 속구를 앞세워 본선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특히, 삼진을 무려 18개나 솎아내는 괴력을 선보이며, 야구장을 찾은 모든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를 본 LG 스카우트 팀이 “좋은 선수를 적시에 잘 뽑았다.”라며 흡족해할 정도. 좌완 투수가 부족한 LG 마운드 사정을 감안해 보았을 때, 내년 동계 훈련 결과에 따라서 의외로 일찍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인재이기도 하다.
[eugenephil@daum.net]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