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야구

[MLB인사이드]초구의 미학

초구 공략 실패하면 타자 불리...푸이그 2번 타자 이유

2013-06-28 14:33

▲LA다저스야시엘푸이그.사진
▲LA다저스야시엘푸이그.사진
[마니아리포트 문상열 기자]최근 KBS 스포츠다큐를 통해 초구의 미학을 흥미롭게 봤다. 지난 4월 다저스타디움을 방문했던 이정화 기자의 연출이어서 더 관심 있게 봤다. 기자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전 롯데 박정태 코치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초구 공략에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다.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는 박정태 코치의 지적처럼 톱타자를 맡아서는 결코 안 된다. 야구이론을 거역하는 타격이기 때문이다. 예전 국내 프로야구를 취재할 때 초구를 좋아하는 타자로 LG와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한 윤덕규와 한 때 ‘미스터 LG’였던 김상훈(청원정보산업고등학교 감독)으로 기억한다. 초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사실 초구를 좋아하는 유형은 두 가지다. 태생적으로 초구를 좋아하는 스타일과 초구를 놓치면 이후 투수와 체스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공략하게 유형이다. 실제 대타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영직 전 LG 코치는 “대타는 1,2구에 승부를 내지 않으면 안타를 치기가 어렵다. 볼카운트가 늘어나면 타자가 불리해진다”고 했다.

요즘 메이저리그의 최고 스타는 쿠바망명객 야시엘 푸이그다. ESPN 스포츠센터에서 푸이그 소식은 매일 알려준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익사이팅한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팬들도 푸이그의 활약을 궁금해 한다. 다저스는 7월15일(한국시간) 예정에 없던 ‘푸이그 티셔츠 데이’를 제정했을 정도다. 다저스타디움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 팬들로부터 가장 박수를 많이 받는 선수다.

푸이그는 27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평범한 좌전안타를 친 뒤 2루에 오버런하다가 아웃됐다. 그러나 팬들은 무모한 푸이그의 플레이에 오히려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푸이그의 가세로 다저스 덕아웃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날 3안타를 쳤다.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폭스 계열의 프라임티켓의 해설자 스티브 라이언은 “이제 22세의 푸이그는 미국처럼 어렸을 때 리틀리그, 클럽리그, 고등학교의 조직적이고 기본기를 위주로 하는 야구를 거친 게 아니다. 무조건 치고 달리는 야구였다. 2루 오버런은 분명 기본기를 망각한 플레이지만 팬들은 좋아하고 있다. 다저스에 변화를 준 선수이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푸이그는 초구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2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도 첫 타석 때 초구를 공략해 유격수 땅볼을 쳤다. 푸이그는 전날까지 37개의 안타 가운데 1,2구에 히트로 연결시킨 게 28개다. 타석에 들어서면 어떻게 해서든지 타격을 하려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다. 볼넷(3개, 고의4구 1)도 지난 23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서 데뷔 18경기 만에 골라낸 것이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테이블세터 칼 크로포드의 부상으로 더블A에 있는 푸이그를 빅리그로 승격시켰다. 애초 톱타자감으로 봤다. 발이 빠르고 타격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10경기 톱타자로 세운 뒤 2번 타자로 고정시켰다. 이유는 워낙 초구와 2구를 좋아해 톱타자로서 부적격이기 때문이다. 톱타자는 다음 타자들을 위해 많은 볼을 봐야 한다. 감독의 ‘히트 앤드 런 작전’도 대비해야 한다. 톱타자의 초구는 금물이다. 푸이그를 톱타자에서 2번 타자로 교체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푸이그는 초구에 홈런 4개를 포함해 16타수 14안타를 때렸다. 타율이 0.875다. 2구 때는 홈런1 8타수 4안타로 0.500이다. 그가 얼마나 1,2구에서 승부를 내는지 알 수 있다. 기록상 1,2구를 때려 타율이 높기 때문에 매팅리 감독도 그의 스타일을 지켜주고 있다. 푸이그의 1,2구 공략이 현재처럼 고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상대 투수들이 스카우트리포팅을 통해 1,2구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유인구로 승부할 게 뻔하다. 이날 필리스전에서 둘째 타석 때 4구, 세 번째 타석에서 5구를 쳤다. 결과는 범타였다. 기록은 또 한 번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